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폭약 대신 식칼 같은 6개 칼날로 목표를 가르는 공대지 미사일인 일명 닌자폭탄, 헬파이어 R9X를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헬파이어 R9X는 1980년대부터 사용해온 소형 지대공 미사일인 헬파이어 탄두에 폭약 대신 금속 덩어리나 착탄 직전에 배포하는 블레이드 6개를 탑재한 무기다. 이런 이유로 이 무기는 날아다니는 식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군과 CIA는 파키스탄과 시리아 등지에서 드론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적대 조직 간부나 지휘자를 살해하는 작전을 계속해왔다. 헬파이어 R9X는 이 때 보통 탄두보다 정밀한 요인 암살을 하고 민간인에게 주는 부수적 피해를 경함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RQ-1이나 MQ-1 프레데터 등 원격조종형 드론, UAV를 실전에 투입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정찰 뿐 아니라 무장형도 운용을 시작한 바 있다. 드론을 이용한 정밀 공격은 유인 공격보다 손쉽고 무엇보다 미국 측 인명 위험 없이 운용할 수 있어 테러와의 전쟁에서 많이 쓰여 큰 성과를 올렸다. 반면 오폭이나 과도한 위력 탓에 민간인에게 부수적 피해도 많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예를 들어 영국 민간 싱크탱크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미군의 드론 공습은 6,800회 미만이며 사망자는 8,459명에서 1만 2,105명, 민간인 사망자는 769명에서 1,725명으로 나타났다. 17세 이하 어린이는 253∼397명.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통령령으로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 수를 연차 공개하는 걸 의무화하는 등 군에 민간인 피해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CIA는 헬파이어보다 작고 위력이 낮은 유도 미사일 무기를 도입했다. 헬파이어 R9X 역시 이런 방침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보통 헬파이어 미사일은 길이가 1,600mm 가량이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정밀 암살용 헬파이어 R9X는 탄두에 일반 폭약을 탑재하지 않고 그냥 운동 에너지 무기로 기능하는 금속 탄두와 착탄 직전 칼날이 전개된다.
일반 탄두를 이용하면 자동차 등 프레임은 날아가고 그을린 잔해가 남는다. 하지만 2017년 알카에다 간부가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할 당시에는 남겨진 차량 지붕 철골에서도 박힌 것처럼 큰 구멍이 나고 앞유리에 금이 갔지만 차체 전체는 유지되면서 그을린 흔적도 없었다.
미군이나 CIA, 헬파이어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은 모두 헬파이어 R9X의 존재나 성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한 정밀 공격은 (굳이 무력 수단을 쓴다면) 함부로 전쟁의 발단이 될 만한 확대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민간인 피해 등으로 인한 여론의 반발이 일어날 위험은 물론 표적을 제거했더라도 부수적으로 남을 대미 감정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헬파이어 R9X은 이런 점에선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폭탄 대신 칼날을 넣은 미사일의 비주얼이 공개된다면 역설적으로 공포감을 주고 반감을 살 수 있다. 어찌됐든 원격 조작하는 드론은 첨단 기술을 이용한 사냥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숫자에 대한 공개 의무를 철회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