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은 4월 22일 발표를 통해 자사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 정책에서 크롬 브라우저 사용자에게 서드파티 쿠키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재 접근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드파티 쿠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했음을 재확인했다.
서드파티 쿠키란 사용자가 방문 중인 웹사이트가 아닌 제3자가 발행하는 쿠키를 뜻한다. 이를 활용하면 기업은 사용자가 방문한 사이트 이력, 행동 패턴, 관심사 등을 추적해 보다 정밀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동안 서드파티 쿠키는 웹 광고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 규제 대상이 됐고 애플 사파리나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 주요 브라우저에서도 서드파티 쿠키를 제한하고 있다.
광고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구글은 과거 서드파티 쿠키를 사용하지 않으면 퍼블리셔 수익 52%가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는 보다 프라이버시 중심 웹을 만들기 위해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사용자 추적에 대한 반발과 광고 수익 감소에 대한 퍼블리셔 우려 사이에서 절충안으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개념을 2019년 제시했다. 이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도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서드파티 쿠키를 대체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해당 기술 일환으로 제안된 FLoC(Federated Learning of Cohorts)는 여전히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불러일으켜 많은 반발에 직면했다. 아마존, 워드프레스, 깃허브 등은 FLoC 비활성화를 선언했고 구글은 이에 따라 당초 2022년으로 예정됐던 크롬 서드파티 쿠키 폐지를 연기하게 됐다.
이후 구글은 논란이 된 FLoC 대신 토픽 API(Topic API)라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했지만 서드파티 쿠키 폐지 일정을 다시 2024년으로 재연기했다. 2024년 7월에는 서드파티 쿠키를 폐지하는 대신 사용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고 발표하며 폐지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당시 구글은 사용자에게 서드파티 쿠키 허용 여부를 한 번만 묻고, 일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제시했지만 규제 당국과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세부 구현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발표에서는 이 일괄 설정 선택지 도입 방안 또한 철회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다시 말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웹사이트별로 사용자가 서드파티 쿠키 사용을 허용할지 거부할지를 개별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글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2024년 이후에도 퍼블리셔, 광고업계, 개발자, 규제 당국 간 의견 불일치,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의 보급 확대 및 쿠키 비의존 광고 실현 가능성 증가, 복잡하고 다양해진 각국 법 규제로 인해 합법성 판단이 어려워진 점 등을 들었다.
한편 구글은 크롬 시크릿 모드에서는 서드파티 쿠키가 계속해서 기본 차단되며 3분기(7~9월) 중에는 IP 주소 보호 기능 및 AI 기반 보안 기능도 도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픈 웹 생태계를 지지하는 단체 MOW(The Movement for an Open Web) 공동 창립자인 제임스 로즈웰(James Rosewell)은 구글의 진짜 의도는 개방형 통신 표준을 배제하고 디지털 광고 트래픽을 독점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번 발표로 그 계획은 끝났다면서 구글은 독점적 프로젝트에 대한 장벽을 넘지 못함을 깨달았고,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 진행 중인 구글 독점금지법 위반 관련 재판에서 오픈AI의 고위 관계자가 크롬(Chrome)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과거 오픈AI가 구글에 검색 기술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구글은 애플, 삼성전자 등과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는 대가로 자사 검색 엔진을 디바이스 및 웹 브라우저 기본 검색 엔진으로 채택하게 하는 계약을 체결해왔다. 미국 법무부는 이 같은 계약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해 구글을 제소했으며 2024년 8월에는 법원이 구글 독점금지법 위반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따라 법무부가 구글에 제시한 시정 조치안에는 크롬 사업을 분할해 매각할 것이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4월 21일부터는 구글에 대한 구체적인 시정 조치를 결정하기 위한 심리가 연방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 심리 이틀째인 4월 22일에는 오픈AI 챗GPT 제품 책임자인 닉 털리(Nick Turley)가 법무부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언에서 그는 만일 구글이 크롬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오픈AI는 인수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시정 조치안에 크롬 매각이 포함될 경우 이를 적극 검토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과거 오픈AI가 구글에 검색 기술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사실도 공개했다. 심리에서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오픈AI는 구글에 다수 파트너 그 중에서도 구글 API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르면 현재 오픈AI와 구글은 제휴 관계에 있지 않다. 그는 구글에 검색 데이터 라이선스를 의무화해 경쟁이 회복될 수 있다며 법무부 시정 조치안에 지지를 표명했다.
현재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인 빙(Bing) 기술을 자사 제품에 활용하고 있으며 챗GPT 기능을 탑재한 브라우저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구글은 법무부 시정 조치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나 혁신 둔화 등 사용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조치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