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은 그동안 오랫동안 아이폰을 미국에서 제조하는 건 어렵다고 주장해왔지만 트럼프 정권은 아이폰은 미국에서 제조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 애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의 과제는 뭘까.
지난 4월 8일 백악관 대변인인 캐롤라인 리비는 아이폰을 비롯한 미국 제품은 미국에서의 제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애플이 2월 말에 발표한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미국 내에 투자할 계획을 예로 들며 미국에서의 제조가 가능하다고 애플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 자금 투입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정권은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자금 및 노동력이 미국에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보도에선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 그 중에서도 전자기기 제조업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1985년부터 2024년까지의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수입품 총액을 정리해보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총액이 1986년에는 47억 7,000만 달러였지만 10년 뒤인 1996년에는 10배 이상인 515억 1,000만 달러로 2018년에는 다시 10배 이상인 5385억 1,000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미국과 중국간 현대적인 무역 관계는 1930년대 확립됐다. 당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자국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1937년에 중일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무역은 어려워졌다. 또 그 후 10년 동안 중국에서는 공산주의가 제창되기 시작했고 미국은 냉전과 한국전쟁 등을 경험했다. 그리고 1950년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엄격한 무역 금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되기까지는 추가로 20년이 걸렸지만 1970년대에는 상황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 후 중국 제품이 서서히 미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미국 기업이 중국이 가진 이점을 깨닫게 된다. 중국의 이점이란 압도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이다. 또 당시에는 컨테이너 운송이 호황이었던 것도 중국에게는 순풍이 됐다.
섬유 노동자 등 일부 노동자가 일찍부터 저렴한 중국 제품에 반발했지만 1980년대에는 애플을 포함한 많은 미국 기업이 업무 일부를 중국으로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애플 제품 대부분은 여전히 미국산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는 애플과 폭스콘 사이에 관계가 싹트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현재의 애플 상황으로 이어진다. 폭스콘은 세계 최대 전자기기 제조업체이며 중국 전역에 12개 공장을 두고 있다. 아이폰 95%는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으며 폭스콘 담당 부분은 70%에 이른다고 한다.
애플 팀쿡 CEO가 폭스콘 정저우 테크놀로지 파크(iPhone City)를 방문했을 때 이 공장에서는 12만 명이 일하고 있었으며 이 수치는 2022년에는 20만 명에 이르렀다.
애플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외국 기업은 폭스콘만이 아니다. 대만 기업인 TSMC도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으며 애플과의 거래는 TSMC 연간 수익 25.2%를 차지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두고 있지만 이 공장에서 칩 생산을 시작한 건 2024년 9월이 되어서부터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실리콘 대부분은 여전히 대만에 있는 TSMC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본사를 둔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주요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다. 한국 기업이지만 생산 공장은 중국·베트남·인도에 있다.
이처럼 애플 공급망 거의 모든 게 트럼프 정권에 의한 상호 관세로 큰 타격을 받은 국가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애플 입장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철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내로 옮기려면 3년과 300억 달러라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또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겨도 중국 생산 거점과 같은 낮은 비용으로 노동력을 고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폭스콘은 평균적인 공장 노동자에게 시간당 3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공장 노동자는 하루 1,012시간 노동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1인당 평균 일급은 3036달러다.
반면 미국에는 연방 최저임금 그러니까 시간당 7.25달러가 존재하므로 하루 8시간 노동으로도 58달러 일급을 벌 수 있다. 하루당 10시간에서 12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 공장은 추가로 21.76달러에서 43.52달러 초과근무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연방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주 임금을 정하고 있는 주도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자 임금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경우 애플은 임금과 노동 시간 중 하나를 타협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아이폰을 조립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간당 1,520달러로도 노동자를 찾는 것은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동아시아에서는 문화적으로 평균적인 노동자에게도 꽤 많은 걸 기대하는 특색이 있다. 실제로 베트남 노동자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공장 내 거주를 요구받아 공장 내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는 것이 화제가 됐다.
하워드 라트니크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에 오는 하이테크 공장에서 일해 미국 역사상 최대 고용이 부활할 것이라며 수백만명이 작은 나사를 조여 아이폰을 만드는 그런 시대가 미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아이폰 공장이 자동화될 것이라고도 발언했지만 실제 아이폰 생산 및 조립은 거의 자동화되어 있지 않다. 애플은 공장 노동자 수를 50% 줄이는 걸 목표로 자동화를 추진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재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또 미국에는 육체노동은 저기술이라고 단정 짓는 추한 습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애플 팀쿡 CEO는 중국 공장 노동자를 저기술 노동자로 보지 않고 오히려 고도로 전문화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많은 국가에서 직업 훈련이 경시되고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직업 훈련이 열등한 길로 여겨지지 않는다. 공장 노동자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중국에는 많은 툴 엔지니어가 있다.
반면 미국에는 중국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툴 엔지니어가 그렇게 많지 않다. 애초에 툴 엔지니어가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
팀쿡 CEO는 과거 인터뷰에서 자사 제품에는 고도의 도구가 필요하다며 도구와 재료 가공에는 최첨단의 정밀도가 요구된다면서 중국은 툴 제조 기술이 뛰어나며 미국에서는 툴 엔지니어 회의를 열어도 방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국이라면 축구장을 몇 면이나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툴 엔지니어는 장인과 전통적인 기계·전기 엔지니어 중간에 위치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직업이다. 애플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기술을 익히려면 문자 그대로 한 세대가 걸린다고 하며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며 수십 년에 걸쳐 엔지니어 기술을 연마해 왔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미국에 공장을 개설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하라고 해서 바로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만일 충분한 임금을 마련해 미국에서 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더라도 적어도 미국인이 이런 종류 직종에 관심을 갖게 될 때까지는 미국 공장은 중국 공장과 비교해 여전히 제품을 더 느리게 더 낮은 품질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수 있더라도 아이폰 판매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아이폰 1대당 10만 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중국에 145%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것, 미국 노동력이 부족한 것, 생산 능력 강화에 시간과 비용이 드는 걸 고려하면 아이폰 1대당 3,000달러까지 인상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