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감염증 팬데믹이 맹위를 떨치던 2020년 11월 브라질 정부는 물리적 접촉 없이 빠른 지불이 가능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 픽스(Pix)를 도입했다.
픽스는 2024년까지 현금과 신용카드를 넘어 브라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결제 수단이 됐으며 거래 건수는 630억 건, 금액은 26조 레알에 달했다. 브라질 정부가 도입한 픽스는 소비자에게는 무료, 소매업자에게는 0.22%라는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 가능하며 이는 은행이 소매업자의 카드 결제 처리에 청구하던 수수료보다 10분의 1이다. 이로 인해 은행은 수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2018년까지 브라질에서는 6개 은행이 자산 82%, 대출 86%를 지배했지만 픽스 덕분에 다수 지점이나 ATM을 설치할 수 없는 중소기업도 금융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유사한 시도로는 인도가 2016년 도입한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가 있으며 QR코드로 스캔하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무료 UPI가 성공을 거두면서 인도는 세계 유수 전자결제 강국이 됐다.
픽스는 인도 UPI나 멕시코 정부가 2019년에 도입한 유사한 전자결제 시스템 CoDi보다 더 빠르게 브라질 경제에 보급되고 있으며 다른 국가도 브라질을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에는 콜롬비아가 픽스 개발에 참여한 핀테크 기업과 제휴해 개발된 새로운 즉시결제시스템인 Bre-B 도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단체가 운영하는 UPI와는 달리 픽스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완전히 관리하고 있어 해킹 위험 집중에 대한 우려와 중앙집권적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유명 핀테크 기업 대표는 자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만일 이게 독재국가에서 모든 국민 데이터가 정부에 장악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정부가 일정 금액 이상 픽스 거래 공개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을 때 픽스 과세 준비라는 유언비어가 퍼져 대규모 소동으로 확대되어 정부가 발표 철회를 강요당하는 등 픽스에는 인기로 인해 나쁜 뉴스가 한꺼번에 큰 문제로 발전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픽스는 브라질을 넘어 남미 국가로 진출하고 있으며 라틴아메리카 각국 결제대행업체가 잇따라 픽스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또 브라질 중앙은행은 브라질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국가와 협의해 픽스를 통한 송금을 인정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현지 송금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픽스 보급은 또 브라질 디지털 통화인 Drex 실현을 위한 기반이 되고 있으며 브라질 중앙은행은 비자, 마스터카드, 구글 등과 제휴해 Drex 시험 운용을 시작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