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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50개사 투자액 급증

SF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제로 작동하는 하드웨어 측면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이 AI 기술의 진화와 함께 발전함에 따라 현실감을 띠게 됐으며 이미 많은 기업이 개발에 착수했다.

2017년 구글 연구진이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를 발표하고 2018년 버트(BERT)나 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이 등장하면서 AI 기술은 급속히 발전해 AI는 이제 에세이 작성이나 프로그래밍을 자동으로 해낼 정도가 됐다.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 여러 정보 소스를 통합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이 탄생하면서 일상생활 태스크를 인간처럼 해낼 수 있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1X테크놀로지스(1X Technologies)는 2014년 베안트 베르니크가 노르웨이 오슬로에 설립한 AI 로보틱스 기업으로 인간과 같은 움직임이나 행동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베르니크는 범용 로봇을 인간과 공존시켜 인류를 향상시킨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으며 1X테크놀로지스가 처음으로 개발한 로봇 이브(EVE)는 엘리베이터나 키패드 조작, 문 개폐 등 공장이나 기업에서의 사용이 상정되어 있다.

1X테크놀로지스는 2023년 오픈AI와 타이거글로벌이 주도하는 시리즈 A2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2,350만 달러를, 2024년 1월 EQT벤처스가 주도하는 시리즈 B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1억 달러를 조달하고 2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 시장 출시를 계획했다. 네오는 신장 167cm, 체중 30kg으로 인간과 같이 움직이는 팔다리를 갖고 있으며 최대 75kg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또 엔비디아 내 로봇 연구기관인 엔비디아 기어랩(NVIDIA GEAR Lab)과도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네오 감마(NEO Gamma)가 엔비디아 젠슨황 CEO에게 가죽 재킷을 선물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1X테크놀로지스는 2025년 말까지 네오 감마를 수백에서 수천 가정에서 테스트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실세계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AI 모델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는 건 1X테크놀로지스 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도 옵티머스(Optimus)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50개 이상 스타트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다루고 있으며 2015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기업이 받은 투자 총액은 72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또 2023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전체에 대한 투자액은 16억 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이 16억 달러라는 금액에는 테슬라 옵티머스에 대한 투자액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보도에선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열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X테크놀로지스와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사나 창고 작업, 공장 노동 등 인간이 하고 있는 많은 물리적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 창고 등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공간에 대응하려면 사람처럼 걷고 방향을 바꾸고 물건을 잡을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하다.

1X테크놀로지스 네오는 물리 시뮬레이터 내 가상 공간에서 보행이나 균형 잡는 방법을 학습하고 이를 실제 기체에 반영해 보행 능력을 획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밀리거나 물체를 피하더라도 넘어지지 않는 안정성을 갖추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불안정한 장면이 많고 가사와 같은 복잡한 작업에 관해서는 완전 자율이 아니라 영상에서는 원격 조작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네오는 현재 세탁물 출입이나 카운터 닦기, 냉장고에서 병 꺼내기 같은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이런 작업에는 로봇 본체에 탑재된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가 활용되며 AI가 태스크를 학습해 간다. 1X테크놀로지스는 가정 내 데이터 취급에 관해 투명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원격 조작을 할 때는 앱에서의 동의를 필수로 하고 수집 데이터도 24시간 동안은 사용되지 않으며 삭제 요청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네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래에는 가정부나 청소 스태프 등 가사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 가사노동자연맹(NDWA) 아이-젠 푸 회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정 내 중노동이나 위험을 수반하는 작업을 담당해 인간 노동자가 더 인간다운 마음이 담긴 케어 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간 공존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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