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선수는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선수가 성공하는 요인은 신체 능력 뿐 아니라 뛰어난 인지 능력도 중요하다고 센트럴 퀸즐랜드 대학 심리학 강사가 설명해 눈길을 끈다.
MLB 역사에 남을 명선수인 베이브 루스는 타자로서 통산 714홈런, 2213타점, OPS 1.164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고 무려 12번이나 홈런왕에 올랐다. 하지만 루스는 결코 연습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오히려 통통한 체형에 파티에서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즐기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양키스에 소속되어 있던 루스가 54홈런을 치며 홈런왕에 오른 1902년 뉴욕타임스 스포츠 기자였던 휴 풀러턴이 콜롬비아 대학 심리학 연구실을 방문했다. 그는 왜 루스는 신체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 보이지 않는데도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의 의문에 답하기 위해 심리학 연구실 대학원생이 루스의 인지 기능을 테스트한 결과 주의력, 기억력, 인지 과제 등 실시된 모든 테스트에서 루스는 평균보다 뛰어난 점수를 기록했다. 기자는 이 결과를 받아 왜 베이브 루스가 최고의 홈런 타자인가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런 높은 인지 기능이 엘리트 선수에게 공통적인 특성인지 아니면 루스에게만 특유한 것인지를 스포츠 과학자가 밝혀내는 데에는 거의 1세기가 더 걸렸다.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메타분석에서는 선수가 스포츠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주의, 기억, 운동 제어와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보고됐다.
더 나아가 2022년 메타분석에서는 선수와 일반인을 포함한 5,339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프로 스포츠 선수의 주의력과 의사결정 점수가 일반인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게 밝혀졌다. 다시 말해 뛰어난 선수는 인지 기능이 일반인보다 뛰어난 경향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엘리트 선수 같은 뛰어난 의사결정자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잠재적 결과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여러 인지 기술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럭비 경기에서 트라이 라인 근처에서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는 경우 필드 위 동료와 적 위치를 고려해 직접 뛰어야 할지 패스를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뛴다면 어떤 루트를 선택할 것인지 패스를 한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드를 시각적으로 스캔하고 불필요한 생각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 주의력, 모든 선택지를 처리하면서 정보를 유지하는 기억력, 같은 플레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주의력, 기억력, 창의성이라는 3가지 기술에는 각각 억제 제어(inhibitory control),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이 3가지는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뇌가 사용하는 주요 실행 기능이며 축구 1부 리그 소속 선수(톱 프로)와 4부 리그 선수(세미 프로)를 비교한 2012년 연구에서는 모든 실행 기능에서 1부 리그 선수가 4부 리그 선수를 앞섰다. 비슷한 결과가 지난 10년 동안 수행된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됐다고 한다.
엘리트 선수는 인지적 유연성과 억제 능력에서 일반인보다 뛰어나며 코트 안팎에서 더 현명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습 축적과 작은 생물학적 요소가 대다수 엘리트 선수를 일반인보다 더 똑똑하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