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발렌시아 공과대학과 스페인 국립 연구 위원회(CSIC) 연구팀이 눈과 피부 건강에 중요한 비타민 A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함량을 크게 증가시킨 골든 상추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비타민 A는 눈과 피부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로 부족하면 야맹증 같은 시각 장애나 감염 위험 증가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베타카로틴은 이런 비타민 A 전구체로 일반적으로 당근이나 시금치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하지만 2023년 연구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저소득층에서 비타민 A 결핍증이 심각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의 발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와 영양실조 해결을 위한 노력 중 주목받고 있는 게 식품에 포함된 미량 영양소량을 증가시키는 생물학적 영양 강화(biofortification) 접근법이다. 이미 생물학적 영양 강화를 통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골든 라이스와 감자류 등이 개발됐지만 잎채소에서 베타카로틴 함량을 늘리는 건 어려웠다고 한다.
잎채소에서 베타카로틴 함량을 늘리기 어려운 이유는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에서 베타카로틴을 포함한 카로티노이드가 광합성에 관여하기 때문. CSIC 측은 잎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엽록체 광합성 복합체에 포함된 베타카로틴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필요하다며 엽록체 내 베타카로틴 생성량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엽록체가 기능을 못 해 잎이 말라버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생명공학 기술과 고강도 광조사를 결합해 광합성 등 중요한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베타카로틴 생산과 축적을 증가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접근법은 생명공학을 이용해 생합성 효소를 코딩하도록 조작해 보통 베타카로틴을 생산하지 않는 세포질이라 불리는 영역에서 베타카로틴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생산된 여분의 베타카로틴 일부도 세포질에 저장됐다.
2번째 접근법은 일부 엽록체를 광합성을 하지 않는 카로티노이드 과잉 축적체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 접근법으로 인해 보통 베타카로틴을 축적하지 않는 플라스토글로뷸이라는 과립에 높은 수준 베타카로틴이 축적되게 됐다.
두 접근법을 결합하고 추가로 정상 시(50W) 10배에 해당하는 500W 고강도 빛에 3일 동안 노출시키며 재배한 결과 정상 시와 비교해 체내에 흡수되기 쉬운 베타카로틴량이 30배 증가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분자 기술과 강력한 광처리로 플라스토글로뷸의 형성과 발달을 촉진하면 베타카로틴 축적량이 증가할 뿐 아니라 생물학적 접근성도 향상된다며 다시 말해 식물 매트릭스에서 추출되어 소화기관에서 흡수되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위 방법을 벤타미아나 담배라는 모델 식물로 실험한 뒤 식용 로메인 상추에 적용했다. 처리한 상추를 고강도 빛으로 재배한 결과 베타카로틴 함량이 크게 증가했고 그 영향으로 잎이 노란빛을 띠게 됐다. 이런 색상 때문에 이 상추는 골든 상추라고 명명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 기술과 고조도 처리를 결합해 일반적으로 베타카로틴이 존재하지 않는 세포 구획에서 베타카로틴을 생산하고 축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