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서 도서 해적판이 배포되는 걸 막기 위해 출판사는 삭제 요청이나 검색 엔진에 의한 차단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해적판 단속이 정품 콘텐츠 매출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과 연구 결과가 엇갈리고 있지만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 연구진이 대형 출판사와 협력한 실험에서는 저작권 침해 단속 활동이 정품 도서 매출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적판 사이트 도메인 삭제나 검색에 표시되지 않도록 하는 차단 등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저작권 침해 대책이다. 하지만 2015년 영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한 사이트를 차단해도 다른 해적판 사이트 접속만 늘어나고 정품 콘텐츠 소비량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나타났고 같은 해 유럽 위원회에서는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가 콘텐츠 매출을 변화시킨다는 걸 지지하는 증거가 없다는 보고서가 나오는 등 해적판 대책을 해도 정품 콘텐츠 매출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미국 채프먼 대학과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주로 영상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대상으로 차단이 효과적인지 차단된 결과 어떤 사이트에서 사용자가 증가했는지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차단이 실시된 뒤 정품 콘텐츠에 대한 접속 수가 국가에 따라 5%~8%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품 스트리밍 사이트로 유도하기 쉬운 영상 콘텐츠 뿐 아니라 도서에 대해서도 해적판 차단으로 정품 판매에 변화가 있는지를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 연구진이 조사했다. 폴란드 전자책 시장은 상당히 작기 때문에 이 조사에서는 인쇄된 도서만을 고려해 온라인 해적판 도서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 종이책 매출이 올라가느냐는 실험이 됐다.
실험에서는 9개 유명 출판사가 협력해 각각 5권~53권 도서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선택된 책은 가격이나 형식, 책 인기 등에 기반해 해적판을 삭제하는 그룹 또는 삭제하지 않는 그룹으로 할당됐다. 그리고 삭제하는 그룹 책은 폴란드 저작권 침해 대책 단체와 공유해 적극적으로 온라인 해적판을 찾아내 1년 동안 계속해서 삭제 통지를 발행했다.
실험 결과를 베이즈 추정에 기반해 이전 연구 데이터와 함께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기존 분석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었지만 베이즈적 분석을 통해 무허가 유통을 억제해 매출이 9% 크게 증가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첫 분석 결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오지 않은 건 샘플 수가 비교적 적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해적판 연구는 전후 비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전한 대조군을 사용해 같은 기간 결과를 비교할 수 있었던 이번 연구는 해적판 연구 데이터로서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또 해적판 대책에 관한 과거 연구 대부분은 연구자가 관여할 수 없는 일시적인 차단을 이용한 것이지만 바르샤바 대학 연구진은 출판사와 저작권 침해 대책 기관과 협력해 긴 기간에 걸쳐 연구를 실시했다. 이 접근 방식에도 중요한 의의와 효과가 있다고 연구진은 말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