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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저작권 보호 도구 악용해 몸값 지불 협박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사기꾼에 의해 악용되어 정당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삭제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3년 5월 이라크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Esaa Ahmed-Adnan)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현지 레스토랑 스폰서 콘텐츠에 저작권 침해 플래그가 붙어 삭제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콘텐츠에는 저작권으로 보호된 음악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며 단순히 레스토랑을 둘러보고 몇 가지 메뉴를 시식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바그다드를 흐르는 티그리스 강 청소 활동에 관한 게시물에도 같은 저작권 침해 플래그가 붙어 삭제됐다고 한다.

그가 왓츠앱으로 플래그를 단 사람에게 연락하자 그 사람은 자신을 지적 재산 보호 사업 소유자라고 주장하며 해당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실제로는 아무런 저작권도 침해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복원하는 대가로 이 인플루언서가 1개월에 버는 수익과 거의 같은 금액인 3,000달러 지불을 요구해 왔다고 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가짜 저작권 침해 플래그를 당하지 않으려면 월 1,000달러 또는 연 7,000달러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협박자는 이 인플루언서에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저작권 보호 도구(Rights Manager) 스크린샷을 보내 해당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저작권 침해로 신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처럼 사기꾼이 메타 저작권 침해 도구를 악용해 크리에이터를 협박하는 사례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경제를 연구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메타가 글로벌 진출에 열중한 나머지 개발도상국에서 자사 제품 단속에 리소스를 할당하는 것을 소홀히 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메타는 단순히 플랫폼을 세상에 내놓고 트래픽이 어떻게 유입되는지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며 트래픽이 충분한 이익을 낳게 되면 플랫폼에 체계적인 규제와 투명성 높은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개발도상국에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 자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는 글로벌 진출에 있어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메타는 라이츠매니저를 도입해 저작권 침해에 대처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는 저작권 침해 신고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기꾼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 측은 사용자가 다른 사람 콘텐츠를 무단으로 업로드하고 이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츠 매니저 부정 사용이 확인된 경우 정기적으로 접근을 취소하거나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있으며 또 전 세계인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콘텐츠를 대규모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정당한 권리 소유자만이 라이츠 매니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심사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에서는 이 심사가 엄격해서 팔로워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나 조직조차 접근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반면 사기꾼은 암시장에서 도구에 대한 접근 권한을 매매하고 있으며 보도에서 발견한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라이츠 매니저에 접근할 수 있는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3,00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계정은 대부분 해킹된 것으로 악용하는 사기꾼은 메타 측 주의를 끌기 어려운 중동이나 서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라이츠 매니저에 접근할 수 있는 사기꾼은 표적이 된 인플루언서가 게시한 동영상이나 음성 파일을 추출해 자신의 계정에 업로드한다. 그러면 원래의 크리에이터에게 자동으로 저작권 침해 삭제 요청이 보내지므로 사기꾼은 타깃에게 접촉해 콘텐츠를 삭제당하고 싶지 않다면 또는 콘텐츠를 복원하고 싶다면 몸값을 지불하라고 협박하는 구조다.

메타는 현지 전문가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하고 게시물이나 계정에 플래그를 달 수 있는 특별한 채널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 파트너 중 하나이자 이라크 비영리 단체인 테크4피스(Tech4Peace) 창립자인 아우스 알-사디(Aws al-Saadi)는 2023년 5월 이후로만 중동 지역 내 100명 이상 크리에이터와 조직과 협력해 저작권 침해 신고 남용에 대처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수십 명에 이르는 크리에이터가 몸값 지불에 응해버렸으며 협박자는 일련의 사기로 최대 100만 달러를 벌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협박 대상에는 병원, 사회 활동가, 패션 모델, 호텔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라크 성직자이자 정치인인 아마르 알-하킴(Ammar al-Hakim)도 대상이 됐다고 한다. 그는 여러 차례 라이츠 매니저에 대한 접근 권한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으며 그 사이 사기꾼이 오히려 저작권 침해 플래그를 달아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는 사기꾼이 직접 금전을 요구하지 않고 알-하킴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됐다고 한다.

알-사디는 지난해 10월 열린 메타와의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후 회의에서는 저작권 트롤 보고는 알-사디의 영역이 아니라며 우선적인 보고를 중단하도록 지시받았다. 그는 메타는 이 문제를 다루거나 자세히 논의하는 데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타 측은 이의를 제기하며 팀이 라이츠 매니저 악용에 대해 계속해서 테크4피스와 협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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