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틱톡 라이트, 일반 버전보다 안전 대책 열악하다”

대형 기술 기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출시하는 일반 버전 앱 외에도 앱 크기가 작고 필요한 기기 성능도 낮은 경량 버전 앱을 개발도상국용으로 출시하는 경우가 있다.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ByteDance)도 경량 버전 틱톡인 틱톡 라이트(TikTok Lite)를 출시했지만 모질라 등 조사에 따르면 틱톡 라이트에는 일반 버전에 있는 사용자 보호 기능 몇 가지가 결여되어 있어 사용자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게 밝혀졌다.

국제적 지위를 확립하고자 하는 기술 플랫폼에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뿐 아니라, 남미·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사용자는 경제적 이유로 최신 기기를 소유하지 못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저가품이나 중고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터넷 환경도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선진국에서의 사용을 가정한 걸 그대로 출시하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없어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일부 기술 기업은 경량 버전 앱을 개발도상국용으로 출시해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도 이 전략을 채택해 개발도상국에서 출시하는 틱톡 라이트는 일반 버전 틱톡에 비해 앱 크기가 작고 배터리 사용량도 적으며 데이터 소비량도 낮게 유지된다. 2018년 태국에서 처음 출시된 틱톡 라이트는 구를 플레이 스토어에서 10억 회나 다운로드됐으며 틱톡 사용자 기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번에 모질라 팀은 개발도상국용으로 출시된 틱톡 라이트(TikTok Lite-Save Data)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일반 버전 틱톡에 탑재된 라벨링이나 사용자 제어 등 안전 기능이 케냐·우간다·남아프리카·칠레에서 출시된 버전 틱톡 라이트에도 탑재되어 있는지를 조사했다. 보고서 조사 결과는 7월 19일 기준. 조사 결과 일반 버전 틱톡에 탑재된 많은 안전 기능이 개발도상국용으로 출시된 틱톡 라이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밝혀졌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능이 결여되어 있다고 한다.

첫째 위험 행위 라벨링. 틱톡에서는 실신 챌린지 등 위험한 챌린지가 종종 유행해 그때마다 세간의 비난이나 규제 기관 조사에 직면해 왔다. 따라서 일반 버전 틱톡에서는 사용자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동영상에 위험한 행위 라벨을 붙여 사용자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량 버전 틱톡에는 이 위험 행위에 대한 라벨링이 없다고 한다.

둘째 민감한 콘텐츠 옵트인 화면. 틱톡 가이드라인에서는 갑자기 시청하면 충격이나 동요를 줄 수 있는 충격적인 콘텐츠에 대해 옵트인 화면이나 경고 정보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버전 틱톡에서 적용되는 옵트인 화면이 같은 동영상을 틱톡 라이트에서 시청할 때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셋째 오정보 라벨링이나 정보원 배너. 틱톡은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주로 건강이나 정치에 관한 오정보 취급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일반 버전 틱톡에서는 선거나 팬데믹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룬 동영상에 라벨을 붙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의 링크를 다는 등 안전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 기능도 틱톡 라이트에는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모질라는 지적하고 있다.

넷째 AI 생성 콘텐츠 라벨링. 생성 AI는 선거나 재해 등 중요한 시기에 사용자를 오해하게 하고 오정보 확산을 촉진할 위험을 가져온다. 틱톡도 생성 AI에 내재된 위험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 크리에이터에게 생성 AI를 이용한 콘텐츠에 라벨을 붙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생성 AI 콘텐츠에 대한 라벨링도 틱톡 라이트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5번째 설명 텍스트 생략. 틱톡에 게시되는 동영상에는 개요란이 있어 동영상 크리에이터는 맥락에 대한 보충이나 해시태그, 사용자에 대한 메시지 등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틱톡 라이트에서는 표시되는 텍스트가 임의로 짧아져 크리에이터가 제어할 수 없다고 한다.

6번째 사용자 제어 결여. 일반 버전에서는 사용자가 악의적인 댓글 필터링, 일부 시청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 동영상을 표시하지 않는 콘텐츠 설정, 스크린 타임 관리 등을 제어하고 더 안전하게 틱톡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틱톡 라이트에는 이런 사용자 제어가 없어 사용자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모질라 등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받아 일반 버전에 비해 안전하지 않은 틱톡 라이트가 개발도상국에서 출시되어 사용자가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앱 중독이 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벨이나 배너 추가, 사용자 제어 강화 등 개선은 대역폭이나 전력 소비의 대폭적인 증가 없이 실행 가능하다며 바이트댄스에 이런 개선을 하도록 요구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