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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주거 지역서 불법 폐기물 처리?

2020년 자택에서 미스터리한 산업용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생사를 헤맸다는 한 남성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신고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택 옆에 애플이 건설한 극비 실리콘 실험 시설에서 배출된 화학 물질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한 조비크라는 남성은 자택에서 산업용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생사를 오갈 만큼 심각한 병에 걸린다. 이후 자택 옆에 애플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무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시 기록에서 애플이 이 사무실에서 반도체 제조를 하고 있다는 게 밝혀진다.

시에서 공개한 문서 중에서 발견한 애플 산타클라라 사무실 건축 계획서에 따르면 사무실 한쪽에는 연구용 실험실이 병설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부식성 가스 저장고와 산성 습식 실험실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부식성 가스 저장고와 산성 습식 실험실은 주택 수천 개와 상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건축 계획서에는 이런 시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시설 존재가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산성 폐기물용 탱크나 산 중화 피트 같은 부식성 가스 저장고나 산성 습식 실험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위성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애플은 이런 설비를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설치해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조사 결과를 정리해 이 남성은 EPA에 신고했다. EPA 집행‧컴플라이언스 부서는 2023년 8월과 2024년 1월 애플 제조 시설에 대해 현장 검사 3회를 실시했다. 그 결과 EPA는 미국 폐기물 관리에 관한 법률인 RCRA와 관련해 최소 19건 위반 사항을 조사 보고서에 정리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이 사무실 내 설비를 은폐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EPA 조사는 당초 불시에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 위험물 처리 당국이 애플에 정보를 제공해버려 EPA가 애플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회사 환경·건강·안전 팀 멤버가 맞이하게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EPA는 애플 사무실 검사를 통해 유해 폐기물 불법 처리, 유해 폐기물 불법 운송, 시설 외부 대기 중 유해 폐기물 불법 투기, 주말에 화학 약품 비축 방치 등 여러 불법 행위를 밝혀낸다.

예를 들어 애플은 가연성 용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지상에 7,700리터 화학 약품 저장고를 설치했지만 여기에 보관된 화학 약품은 명백히 위험 폐기물이다. 실제로 저장고에는 위험 폐기물이라는 표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일방적으로 저장된 건 위험 폐기물이 아니라고 밝히며 위험 폐기물 취급을 부인하고 있다. 당연히 애플은 위험 폐기물 취급에 관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

또 EPA는 검사 결과 애플이 불법적으로 위험 폐기물을 처리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애플 측은 여전히 취급하는 건 위험 폐기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이 위험 폐기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폐기물에는 유기 용제인 NMP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NMP의 독성은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체내에 일정량 흡수되면 중추신경계, 골수, 간, 고환, 신장, 부신 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애플 사무실에 있는 화학 약품 저장고에서 유해 물질 불법 배출이 이뤄졌다는 것도 밝혀졌다. 저장고에서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과 용제 배기 가스가 모두 하나로 모아져 필터를 통해 유해 물질을 제거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옥외로 배출됐다고 한다.

애플은 용제의 배출을 모니터링하지 않았고 허가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옥외에 얼마나 많은 유해 가스가 방출됐는지는 불명확하다. 더 나쁜 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애플이 임시 휴대용 교정 가스 감지기를 사용해 공기 중 가스를 모니터링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시 횟수는 단 1회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 애플은 유해 폐기물을 억제하기 위한 카본 필터를 5년간 교체하지 않아 필터가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PA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에 카본 필터를 교체할 때 용제에 적신 탄소는 유해 폐기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폐기물을 불법 처분했던 것도 밝혀졌다.

더구나 EPA는 애플이 사무실 내에 무허가로 다수 소형 위험 폐기물 탱크를 설치한 것도 발견했다. 이 중에는 강한 가연성을 가진 부식성 화학 물질도 포함되어 있지만 애플은 여기에는 물만 넣었기 때문에 위험 폐기물을 취급한 적이 없고 위험 폐기물이 아니므로 검사를 실시한 적도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 EPA 검사관이 애플 화학 약품 저장고에서 뚜껑이 열린 채로 보관되어 있던 부식성 액체 화학 물질이 담긴 용기를 발견했다. EPA가 애플 측에 왜 용기가 열려 있는 거냐고 질문하자 애플은 뚜껑을 열어 증기가 빠져나가면 폭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애플 화학 약품 저장고에는 부식성 액체가 담긴 용기 30개, 가연성 액체가 담긴 용기 12개가 벽 옆에 쌓여 있었다고 하는데 라벨은 보이지 않게 되어 있어서 EPA는 독자적으로 이게 뭔지 조사해야 했다고 한다.

애플 사무실은 24시간 365일 가동됐지만 주말에는 무인으로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감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 남성이 애플 유해 폐기물의 불법적인 취급 실태를 파악한 이후 애플은 매주 실시하던 시설 검사도 중단해 버렸다고 한다.

애플은 사무실에 병설된 연구소에서 폐기물에서 나오는 배기 유해 물질을 제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대기로 방출하고 있었던 것도 밝혀졌다. 용제 처리 탱크에서 나오는 배기는 테스트되지 않은 카본 박스를 통과하고 있지만 사무실에서 그대로 대기로 배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도 애플은 적절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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