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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거대 범죄 조직과 온라인 사기

미얀마 동부 코캉 지역은 중국 윈난성에 인접한 자치구로 한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런 코캉이 국제적인 인신매매와 자금세탁에도 관여하는 거대 온라인 사기 그룹 주요 거점이 됐으며 그룹을 지배하는 일족은 미얀마 군사 정권과 중국 당국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실태가 보도됐다.

2023년 11월 웨이 칭타오(Wei Qingtao)라는 27세 미얀마인 남성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사기를 저질렀다고 자백하는 동영상이 중국 당국에 의해 게시됐다. 용의자는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Douyin) 계정에서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거나 유리로 된 나이트클럽에서 파티를 열거나 군중에게 새 중국 위안화 지폐를 뿌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이 용의자는 코캉을 거점으로 하는 거대 온라인 사기 그룹을 지배하는 일족 아들로 다른 최소 15명 그룹 간부와 관계자가 구금됐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일련의 보도는 중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그룹은 국외에 거점이 있더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 당국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도에선 코캉 범죄 네트워크가 미얀마 군사 정권과 중국 당국 지원을 받았으며 그 중에서도 윈난성 중국 당국자와 10년 이상 밀월 관계에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고 밝히고 있다.

미얀마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한족 자치권도 인정받고 있는 코캉은 이전부터 헤로인과 메탐페타민 같은 마약 제조, 불법 도박장과 같은 범죄 온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 배후에 있었던 건 한족 반정부 무장 집단인 미얀마 민족 민주 동맹군(MNDAA)이었지만 2009년 미얀마 군이 MNDAA 거점을 제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MNDAA에서 미얀마군으로 전향한 바이‧웨이‧리우(Bai・Wei・Liu) 3개 씨족은 협력 대가로 코캉과 지하 경제 지배권을 얻었다고 한다.

바이‧웨이‧리우 3씨족은 코캉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으며 의원이나 민병대 장, 지방 행정관, 유력 기업 간부 등에 취임했다. 또 3씨족은 이전부터 성행하던 모든 종류 불법 비즈니스에도 관여해 더 재력을 늘려갔다고 한다.

더구나 3씨족에게 추가적인 이득이 된 건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에 의한 지역 투자였다. 미얀마 군사 정권과 중국 공산당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한족인 3씨족은 지역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국경을 넘는 경제특구 등 투자 기회에 대해 수억 달러 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리우 일족이 경영하는 풀리라이트그룹(Fully Light Group)은 부동산, 호텔, 보석, 농업, 담배, 농약 등 미얀마에서의 모든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에 진출했으며 중국 뿐 아니라 캄보디아에도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리우 부부는 2023년 5월 중국‧미얀마 국경 무역 박람회 특별 게스트로 초대되어 화웨이 등 중국 기업과 나란히 경영 기업 부스를 출전한 것도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같은 박람회에는 미얀마 대사나 린창시장 등 중국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다고 한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이 봉쇄되는 가운데 미얀마에서는 2021년 군부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했다. 자금 부족을 겪는 정권에 대해 코캉 3씨족이 다양한 지원을 했기 때문에 일족 장로는 미얀마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국민 중 한 명이 됐으며 주요 지역 정상회담에서 미얀마를 대표하기까지 됐다고 한다.

코캉 중심지인 라우카이에는 24시간 영업하는 거대 카지노도 건설되어 외국인에게 마카오와 같은 관광지로 어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산업 이면에서는 여전히 불법 산업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2018년 시점에서는 바이 일족 산하인 밍 일족이 운영하는 연회장 겸 호텔인 그린 타이거 빌라가 온라인 사기 거점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코캉 온라인 사기 그룹은 3씨족이 소유한 호텔이나 카지노 내에 거점을 두고 있었으며 그곳에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속아서 끌려온 외국인 노동자가 모여 사기 행위를 강요받고 있었다고 한다. 당국 단속 뒤 촬영된 그린 타이거 빌라 내 사기 거점은 콜센터와 같은 장소에 많은 이들이 밀집되어 사기에 종사했던 실태를 엿볼 수 있다.

현장에 남겨진 메모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친절함과 존경심을 보이면서 가벼운 잡담을 섞는다거나 연애 사기의 경우 상대방이 정신적인 연결을 원하는지 섹스를 원하는지를 파악한다는 등의 팁 적혀 있었다고 한다.

사기에 종사하던 노동자는 사실상 감금 상태였으며 시설 내에 방음실을 설치했다는 편의점 주인은 감독관이 뒷손이 묶인 남성을 납관으로 구타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또 인신매매로 코캉에 끌려왔다는 대만인 여성은 도망가려고 했을 때 물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3씨족은 자신의 신변 경호를 위해 외국인 보디가드를 고용했으며 한 전직 에스토니아 해군 장교는 중국인 사업가 보디가드를 모집하는 구인 광고에 응모해 코캉에 도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밀입국한 그는 첫날 일을 할 때 쇠사슬로 묶인 남자가 맞아서 의식을 잃은 걸 보고 자신이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주로 인터넷 구인 광고에 응모한 뒤 범죄 그룹에 의해 여권을 빼앗기고 코캉에서의 강제 노동에 종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그린 타이거 빌라는 잔인한 운영이 이뤄졌던 것 같으며 시설 내에는 규칙을 어긴 노동자를 위협하기 위한 사자와 호랑이, 곰이 사육되고 있었다.

2023년에는 미얀마 등을 거점으로 하는 온라인 사기 그룹 존재가 문제로 드러났으며 유엔은 미얀마에서 적어도 12만 명 이상이 강제 노동을 당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사기 센터에서 일하는 피해자는 미국과 브라질을 포함한 35개국에서 왔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 출신이라는 것도 보고됐다. 또 같은 해에는 외국 온라인 사기 그룹에 감금된 중국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No More Bets)가 개봉되어 중국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국내외에서 미얀마 온라인 사기 그룹에 대처하도록 압력을 받은 중국 정부는 2023년 7월 미얀마 당국에 경고를 발령하고 사기 그룹에 대한 대처를 요구했다. 중국 당국이 노동자 귀환을 원한다는 정보는 감금 상태 노동자에게도 전해져 10월 20일에는 그린 타이거 빌라에서 100명 이상이 탈출을 시도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범죄 그룹 발포로 인해 중국 변장 경찰관 4명을 포함한 다수가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 앞서 언급한 웨이 칭타오 용의자를 비롯한 온라인 사기 그룹 간부 체포가 진행됐고 12월에 중국 당국은 3씨족 당주와 그 친족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더구나 일련의 소동에 편승해 MNDAA는 다른 민족 무장 집단과 동맹을 맺어 공세를 가해 코캉 중심부인 라우카이를 장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코캉 3씨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졌지만 여전히 관련 기업 많은 부분이 무사하며 경쟁하는 다른 온라인 사기 그룹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연구자에 따르면 중국계 범죄 조직은 중국 당국 수사 대상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사기 대상을 중국인에서 미국인을 포함한 영어 사용자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문제를 연구하는 국제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게 코캉 문제는 불법 경제가 아니라 중국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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