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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강‧지속 가능한 초콜릿 제조법?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재배되어 왔으며 16세기경 스페인인에 의해 유럽에 소개된 후 기호식품으로 즐겨지게 됐다. 이런 초콜릿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취리히공대 연구팀이 초콜릿 제조업체와 협력해 더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인 초콜릿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초콜릿에 영양, 환경, 사회경제 측면에서 3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초콜릿은 보통 당분이 많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비만, 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초콜릿 주원료인 카카오 원두 재배에는 광활한 토지가 필요해 열대 우림 등 벌채로 이어져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대부분 카카오 원두는 개발도상국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되지만 그 수입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카카오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카카오 원두 가격 변동이 사회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취리히 공대 연구팀은 카카오 열매는 기본적으로 호박과 같아서 지금은 종자만 사용하고 있지만 이 과실에는 다른 멋진 게 많이 있다고 말한다. 카카오 원두 주변 과육과 카카오 원두를 감싸는 내과피 부분은 종종 버려지는데 연구팀은 이 과육과 내과피를 활용해 초콜릿을 제조하는 방법을 초콜릿 제조업체 맥스펠클린(Max Felchlin), 코아스위스(Koa Switzerland)와 협력해 개발했다.

새로운 초콜릿 제조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카카오 과육을 취해 과즙을 짜내고 농축해 카카오 과육주스 농축물(CPJC)을 얻는다. 다음으로 카카오 내과피를 취해 건조하고 분말로 만들어 내과피 분말(ECP)을 얻는다. 이어 CPJC와 ECP를 혼합하고 가열해 겔화한다. 이 겔은 감미료와 식이섬유 공급원이 된다.

그리고 카카오 원두는 기존 방식대로 발효, 건조, 로스팅한 뒤 분말로 만들어 코코아 매스를 얻고 여기에 겔을 최대 20%까지 혼합한다. 마지막으로 코코아 매스와 겔 혼합물을 적절한 온도로 템퍼링한 뒤 형틀에 부어 냉각 굳혀 완성한다.

이 방식으로 만든 초콜릿은 식이섬유가 함유되어 있고 겔에 포함된 천연 감미료로 인해 설탕 함량이 줄어들어 일반 초콜릿보다 영양가가 높고 포화지방산이 감소했다. 물론 관능평가 결과 새 제조법 초콜릿은 기존 것과 동등한 단맛이 있었다고 연구팀은 보고하고 있다.

새 제조법은 기존에 버려지던 카카오 내과피와 과육을 활용하기 때문에 카카오 원두 사용량 자체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 재배 필요 토지 면적을 줄여 지구온난화 영향을 억제할 수 있다.

또 버려지던 내과피와 과육에 상품 가치가 생겨 농가 수입원이 다양해지고 내과피와 과육 겔화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면 기술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초콜릿은 식감은 기존 다크 초콜릿과 기본적으로 같고 맛은 남미산과 비슷하다며 입안에서 퍼지는 단맛은 기존 것보다 다소 천천히 퍼지고 과즙에서 온 과일향과 신맛이 더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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