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제 중 하나인 메틸렌디옥시 메스암페타민(3,4-methylenedioxymethamphetamine. MDMA)은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이 자폐증 경향이 있는 마우스에 MDMA를 투여하면 사회성을 되찾는다고 보고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보상, 쾌감, 공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측좌핵에서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이 방출되는 게 사회적 상호작용과 사회성 촉진에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연구팀은 자폐증과 관련된 변이를 가진 쥐 측좌핵에서 세로토닌 방출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면 다른 쥐와의 사교에 대한 소극성이 완화된다는 걸 명확히 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MDMA와 세로토닌 방출 촉진제 CP-94253을 사용해 복수 자폐증 경향을 가진 쥐 세로토닌 회로를 자극했다. MDMA는 세로토닌 방출을 자극하는 반면 CP-94253은 세로토닌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 두 약물 모두 투여 후 수분에서 수 시간 이내에 효과를 발휘한다. 실험에 사용된 쥐는 자폐증이나 양극성 장애 등과 관련된 염색체 영역 16p11.2에 변이가 있는 쥐와, CNTNAP2, FMR1, ACTL6B, ARID1B 등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쥐였다. 또 연구팀은 자폐증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간질 치료제 발프로산나트륨을 자궁 내에서 노출된 쥐에 대해서도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MDMA, CP-94253 모두 쥐의 사회성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1~2개 모델 쥐에서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른 모델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모든 쥐에서 사회성 회복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폐증 환자의 사회적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 의견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번 테스트는 쥐의 사회적 관심이나 사회적 참여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많은 자폐증 환자는 타인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따라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약물이 개발되더라도 그들을 돕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쥐에선 기대한 효과가 나타났지만 인간에게는 동일한 결과를 얻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한 연구자는 이번 연구 콘셉트는 훌륭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 쥐를 치료할 수 있었던 약물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향후 계획으로 스크리닝을 거친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해 효과가 나타나는지 실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