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1915년 존재가 예측됐고 2019년에는 마침내 그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천체다. 하지만 물리 법칙과 모순되는 성질을 지닌 불가해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블랙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가설적 천체 그라바스타 거동을 시뮬레이션한 연구에 따르면 그라바스타가 블랙홀 정체로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블랙홀은 독일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사용해 예언한 천체다. 수년간 우주 관측을 통해 블랙홀 존재를 뒷받침하는 천문 현상이 여러 차례 발견됐지만 슈바르츠실트 기술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결점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블랙홀 중심에 위치한 무한대 중력과 밀도를 지닌 영역인 특이점 존재다. 기본 물리학에서는 무한대가 존재해서는 안 되며 어떤 이론에서 무한대가 나오면 그 이론에 오류나 결함이 있다고 간주된다. 이에 특이점을 갖는 블랙홀 대신 제안된 게 바로 중력진공별(Gravitational vacuum star) 다시 말해 그라바스타(Gravastar)다.
그단스크대 연구팀은 블랙홀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이론 어떤 부분이 잘못됐거나 불완전함을 보여주므로 대체 모델이 필요해진 것이라며 연구한 그라바스타는 그런 대체 모델 중 하나로 특이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라바스타는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대질량 천체에서 탄생한다. 그렇게 큰 질량을 지닌 천체가 수명을 다하면 별이 방출하는 에너지가 중력을 이기지 못해 중력 붕괴를 겪는데 그라바스타는 블랙홀 특이점 대신 암흑에너지에 의해 안정화된 얇은 구 모양 껍질을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그라바스타는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반중력 에너지 다시 말해 진공 에너지 혹은 암흑에너지로 이뤄진 별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년 4월 학술지(Physical Review D)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팀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만일 그라바스타였다면 주변에 존재하는 거대한 고온 물질 덩어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분석했다. 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블랙홀 주위를 돌고 있는 고온 기체 덩어리 핫스팟 특성도 검토했다.
그 결과 그라바스타가 지금까지의 관측 기록과 모순되지 않으며 블랙홀과 그라바스타에 의해 야기되는 물질 방출에는 뚜렷한 유사점이 있음이 시사됐다. 또 그라바스타가 블랙홀이 만드는 그림자인 블랙홀 섀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블랙홀 모델에선 이런 그림자가 공간 휘어짐에 의해 생긴 사건의 지평선에 빛이 가둬져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라바스타는 사건의 지평선이 없기 때문에 대신 중력적색편이라는 다른 현상에 의해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중력적색편이란 중력장 내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라바스타의 강력한 중력장을 통과하는 빛은 에너지를 잃기 때문에 이를 바깥에서 관측하면 블랙홀이 만드는 것과 같은 검은 그림자로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로 그라바스타가 블랙홀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 이론은 관측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블랙홀 탐사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이나 칠레 유럽남천문대에 추가된 GRAVITY+ 등 차세대 관측 실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