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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목소리 훔친다…게임 성우가 대응하는 방법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목소리로 만든 AI 발신 로보콜이 사회 문제가 되고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가 AI 규제를 요구하며 스트라이크에 돌입하는 등 일과 AI 사이 관계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제도적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게임 성우는 AI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려 하고 있을까.

스타필드 등 지금까지 게임 300편에 출연한 성우인 시시 존스(Cissy Jones)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훔치는 건 쉽다고 말한다. 2022년에는 6시간이 걸렸고 2023년에는 3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단 3초면 된다. 이제 누구나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동영상에서 그 사람 목소리 디지털 복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 품질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자신의 음성이 무단 업로드되거나 계약서에 슬쩍 음성 복제 허가 조항이 포함된 걸 발견하면서 존스는 동료와 함께 성우와 AI 공존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모르펨(Morpheme)을 설립했다. 존스가 임원으로 있는 모르펨에선 성우 동의를 받아 음성 디지털 복사본을 만들고 이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사용될 때마다 본인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또 성우가 디지털 복사본 제공을 중단하기를 원하면 언제든 삭제에 응할 것이라고 한다.

재방영 등으로 추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영화나 TV 성우와 달리 게임 성우는 기본적으로 녹음 후에는 수입이 없다. 따라서 일부 게임 성우는 디지털 복사본에게 성우 일을 시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르펨 같은 형태 AI 기술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있다.

다양한 감정을 담아 7000단어 음성을 녹음하고 가이드라인 내에서라면 뭐든 읽을 수 있는 음성 데이터세트를 만든 적이 있다는 캐나다 출신 한 성우는 자신은 AI 음성이 누구나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지만 성우 업계에서 악몽이라고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새로운 게임 개발사에게는 혜택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I를 위한 목소리 녹음 일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 분야에는 성우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고 새로운 기술이라 규칙 정비도 늦어지고 있어 지금은 아직 규칙 만들기와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 사이 선을 더듬어가며 진행 중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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