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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위성 타이탄에 떠있는 마법의 섬

토성 6번째 위성인 타이탄은 62개에 달하는 토성 위성 가운데 가장 크며 태양계에서 지구를 빼고 유일하게 표면에 안정적인 액체를 가진 천체로 알려져 있다. 이런 타이탄 호수에는 수수께끼가 많은 마법의 섬이 출현하기도 하는데 2024년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 마법의 섬은 눈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타이탄은 두꺼운 메탄 가스층에 둘러싸여 있어 행성 대기 아래를 자세히 조사하기 어려운 태양계에서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2020년에는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과학자팀이 타이탄 대기권 내에서 생명체 기원이 될 수 있는 분자를 발견했고 2022년에는 스탠퍼드대 행성지질학 연구팀이 원래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지구와 비슷한 모래둔덕에 대한 가설을 내놓는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4년에는 나사와 유럽우주기구(ESA)가 개발한 토성 탐사기 카시니가 타이탄 지표면에 거대한 무언가가 출현해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관측했다. 타이탄을 둘러싼 주황색 엷은 안개 속에서 움직이는 밝은 점 모양의 섬 덩어리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왜 쉽게 사라지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로 남아 마법의 섬이라고 불렸다.

타이탄에 떠있는 마법의 섬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은 크게 2가지가 제기되어왔다. 하나는 섬이 환영과 같은 것이어서 섬처럼 관측될 뿐 실체가 없다는 이론이며 다른 하나는 관측대로 섬에 실체가 있다는 주장이다.

마법의 섬이 환영이라는 이론으로는 위성의 메탄이나 에탄으로 이뤄진 호수 파도에 의해 생기거나 이런 액체 아래에서 발포하는 물질과 관련한 거품 연속체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프랑스 랑스 샹파뉴아르덴대 연구팀은 2017년 타이탄에서의 기포 흐름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선 타이탄 표면은 메탄이 풍부하고 깊은 곳은 에탄이 풍부해서 바람이나 기온차에 의해 지표 혼합물이 아래로 흐르고 표면에서 생긴 기포는 타이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아래로 가라앉아 분산되는 것으로 봤다. 기포는 전파 반사율이 높아 레이더 스캔에서 밝게 보이므로 밝은 마법의 섬으로 오인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텍사스대 산안토니오 연구팀은 마법의 섬이 환영이 아닌 실체 있는 유기물일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타이탄 상층대기에 유기분자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게 응축되어 얼어붙어 위성 표면이나 메탄 호수, 에탄 호수에 눈처럼 내린 것이 마법의 섬일 수 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먼저 타이탄 내 유기분자로 이뤄진 눈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이 눈은 녹기 쉬운 물이 아니라 다양한 유기분자로 구성되어 있어 액체 메탄이나 에탄에 쌓여도 바로 녹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눈은 잠시 호수에 떠 있다가 점점 굳어져 가라앉기 때문에 갑자기 생겨나더니 갑자기 사라지는 마법의 섬 모습이 관찰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찰된 타이탄 물질로 보면 타이탄 액체 영역인 에탄과 메탄은 표면장력이 낮고 밀도가 높은 얼음 덩어리를 잠시 떠있게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연구팀은 유기분자로 이뤄진 눈 덩어리가 스위스 치즈 같은 다공성 구조라는 가설을 내놨다. 꿀벌집 모양으로 응집된 눈은 밀도가 낮아져 내부 구멍이나 관로에 메탄이나 에탄이 스며들기 전까지는 잠시 액체 위에 떠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과정은 지구 빙하에서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떠있는 얼음산 분리 현상과 비슷하다.

연구에선 관측되는 마법의 섬 크기로 볼 때 이게 유기물이라면 떠있을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다. 관측된 시간 규모로 미뤄 연구팀은 다공성 입자라는 생각은 일시적으로 떠 있다가 사라지는 마법의 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타당한 메커니즘을 시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래에 마법의 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사와 유럽우주기구는 향후 타이탄 탐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기 타이탄 탐사선에 마법의 섬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하면 이 수수께끼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일부 연구자는 마법의 섬이 태양계에서 가장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여겨지는 타이탄에서 생명체 유무를 판단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마법의 섬이 유기물질로 이뤄져 있다면 이는 생명체 기원 물질의 한 형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극저온과 액체 메탄 환경 등 지구와 전혀 다른 조건을 지녀 인간이 상상하는 생명체 형태와는 거리가 멀겠지만 생명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탐사선 임무를 통해 마법의 섬 정체가 밝혀진다면 외계생명체 탐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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