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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제출 보고서 11%는 AI 사용 의혹”

논문 표절 탐지 도구인 턴잇인(Turnitin)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문장을 탐지하는 AI 작성 탐지 기능을 지난해 4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출시 1년이 지난 지금 이제까지 검토한 2억 건 이상 학생 과제 보고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턴잇인에 따르면 2023년 4월 AI 작성 탐지 기능 출시 이후 학생이 제출한 2억 건 이상 보고서가 조사됐다고 한다.

조사 결과 전체 11%에 해당하는 2,200만 건에 이르는 보고서에서 최소 20% 이상 문장이 AI에 의해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또 문장 80%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보고서는 3%에 해당하는 60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결과는 충격적일 수 있지만 사실 턴잇인이 2023년 6월 시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생성형 AI를 사용한 보고서 비율 자체는 거의 비슷했다. 다시 말해 생성형 AI를 사용한 보고서 작성은 일관되게 존재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 성능 향상으로 비율이 크게 늘어난 건 아니라는 것.

또 타이톤파트너스(Tyton Partner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학생 절반 가까이가 월 1회 이상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교육 기관에서 금지되어도 AI 사용을 계속하겠다고 답변한 학생은 75%에 달했다고 한다.

턴잇인 측 관계자는 현재 기술이 학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교육에서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으며 학문적 진실성 그러니까 연구 공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교육 관계자 모두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원을 찾고 있다며 AI 작성 탐지 기능 같은 기술은 학문적 진실성을 희생하지 않고 학습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선 한 학회에서 만난 영국 학자가 AI 도구를 사용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학생이 세간에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학자가 소속된 교육 기관에서는 학업 부정행위로 인해 많은 학생이 강의 수강 자격을 잃거나 퇴학 처분을 받고 있다는 것. 이 학자는 다른 대학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수가 보고서 부정을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강의에서 언급되지 않은 용어나 데이터 출처가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AI로 보고서를 작성한 학생은 이런 용어나 데이터 출처를 찾은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AI 사용 사실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대학은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으로 운영 비용 대부분을 충당하며 그 중에서도 높은 등록금을 내는 유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일부 학생이 AI를 사용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문제는 성실하게 보고서를 작성한 학생에게 불공정하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전공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아 의료 서비스나 군대 등에 채용된 졸업생이 실제로는 과제를 AI에 의존해 수행했을 뿐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경우 조직이나 고객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보도에선 AI가 연구나 브레인스토밍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상당수 학생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학에 가는 목적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교육 기관은 단순히 사실이나 숫자를 암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증거를 평가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사고를 기계에 외주하는 이들은 결국 자신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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