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데나필(Sildenafil)은 바아그라라는 명칭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레바티오(Levatio)라는 이름으로 폐동맥성 폐고혈압증 치료에도 쓰인다. 그런데 이런 실데나필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50% 이상 낮춘다는 사실이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분석 연구로 확인됐다고 한다.
실데나필은 PDE-5라는 효소 활성을 억제해 음경 주변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를 돕는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타우 단백질에 대한 과도한 인산화를 줄여 인지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시사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연구에서 실데나필의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며 메커니즘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 연구팀은 대규모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분석과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iPS세포에서 배양한 세포를 사용한 실험을 병행했다.
먼저 연구팀은 2가지 데이터베이스에 수백만 건에 이르는 익명화된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분석해 실데나필 복용 환자와 비복용 환자간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성별과 연령, 질병 등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을 보정한 결과 실데나필 복용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30~54%나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폐동맥성 폐고혈압증 치료제로 실데나필을 복용한 환자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실데나필이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iPS세포를 뇌 신경세포로 분화시켰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배양 신경세포는 비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배양 신경세포에 비해 이상 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이 다량 축적되어 있었다.
이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신경세포에 실데나필을 5일간 처리한 결과 이상 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 실데나필로 처리된 신경세포에서는 염증, 신경간 커뮤니케이션 등 알츠하이머병 신경퇴행과 관련된 유전자 수백 개 발현에 변화가 관찰됐다고 한다. 다만 실데나필이 가져오는 변화가 알츠하이머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특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연구팀은 이렇게 대량 데이터를 계산적으로 통합해 인간 신경세포에서 실데나필 효과와 실제 환자 결과를 볼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실데나필의 잠재적 유효성을 더 검토할 필요가 있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