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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비순정 잉크 펌웨어 업데이트 차단에 소송 제기

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있어 고민은 순정 잉크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이며 비용 억제를 위해 타사 잉크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타사 비순정 잉크를 HP가 프린터 펌웨어 업데이트로 차단한 건에 대해 펌웨어 업데이트 무효화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에 걸쳐 HP 프린터가 펌웨어 업데이트되면서 비순정 잉크는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표시되어 쓸 수 없게 됐다는 보고서가 잇따랐다. 실제로 HP 프린터는 잉크 카트리지 칩으로 순정품인지 비순정품인지 식별하고 있어 순정품 잉크가 아니면 동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HP 프린터가 비순정 잉크 카트리지를 감지하는 시스템은 동적 보안(Dynamic Security)이라고 불리며 HP는 고객 경험을 지키고 인쇄 시스템 무결성을 유지하며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순정 잉크 카트리지는 비순정품보다 훨씬 고액이기 때문에 사용자로부터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 1월 5일 동적 보안은 HP가 사용자를 둘러싸고 교환용 잉크 카트리지 독점을 진행시키려는 것이라며 원고 11명이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 지구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에선 HP 브랜드 외 잉크 사용을 방해하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무효화하거나 500만 달러 손해 배상과 배심원에 의한 재판이 요구되고 있다.

원고 등은 HP가 프린터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전달한 건 잘못됐으며 업데이트를 받아들이면 프린터 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용자에게 통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HP 교체용 잉크 카르티지 구입을 피하기 위해 새 프린터를 구입하는 건 현실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며 따라서 소비자는 일단 프린터를 구입하면 동적 보안 펌웨어 업데이트로 HP 잉크를 구입하도록 강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HP는 잉크 카트리지 구독 플랜인 인스턴트 잉크(Instant Ink)를 배포하고 있으며 프린터 구매자로부터 지속적 수익을 얻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또 소송에선 HP가 동적 보안을 전개한 것과 같은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전반에 걸쳐 잉크 가격이 상승하고 있던 것도 지적되고 있다 가격 조사 도구(Camelcamelcamel)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2022년 후반부터 2023년 전반에 걸쳐 일부 HP 잉크 가격이 상승했다고 한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인쇄 요구가 줄고 있지만 HP 잉크 카트리지는 여전히 중요한 비즈니스다. HP는 2023년 회계 보고로 총 매출 32%, non-GAAP 기반 영업이익 15억 달러 중 57%를 인쇄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HP는 다른 소비자 구독 서비스와 함께 인스턴트 잉크를 주요 성장 분야로 꼽고 있다.

한편 프린터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정품 잉크 카르티리 사용을 강제하는 HP 시스템은 2016년 동적 보안이 등장한 이후 종종 소송 대상이 되어 왔다. 2019년에는 동적 보안을 둘러싼 소송으로 150만 달러를 지불해 화해한 것 외에 2022년에는 유럽 소비자 단체가 일으킨 소송으로 135만 달러 화해금 지불에 응했다. 또 HP 복합기에서 잉크가 줄면 잉크를 사용하지 않는 서류 스캔이나 팩스조차 쓸 수 없게 되는 건 사용자에게 명시하지 않은 부당한 것이라는 소송에도 HP는 직면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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