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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배우는 건 왜 어려울까

인간은 실패로부터 배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실제로 과거 실패를 미래에 살리는 건 어렵고 피해야 할 실패를 반복해 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왜 과거 실패로부터 배우기가 어려울까.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2019년 연구에서 400명 이상 피험자를 대상으로 모르는 언어 의미를 추측하는 과제를 실시했다. 실험 첫 번째에서 피험자에게 3세트 룬 문자 쌍을 보여주고 두 문자 중 어떤 게 동물을 나타내냐고 질문했다. 피험자 대답 이후 올바른 답을 알려줬고 어떤 글자가 동물을 나타내는 룬 문자인지에 대한 지식이 주어졌다.

짧은 휴식 이후 2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동일한 룬 문자 조합에 대해 다시 질문했다. 2번째 질문은 휴식 전 첫 번째와는 반대로 2개 문자 중 어떤 게 무생물을 나타내고 있냐는 것. 하지만 이 작업에는 큰 비밀이 있었다.

이 가운데 하나는 첫 번째에선 진정한 정오가 전해지고 있었던 게 아니며 뭘 대답해도 정답이 되는 그룹, 뭘 대답해도 부정 당하다는 그룹으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2번째 실험 대답은 피험자가 첫 회에서 어떻게 대답했는지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 회 대답이 모두 정답이 된 그룹에 할당된 피험자가 첫 번째에서 ᚦ라는 룬 문자를 동물이라고 응답한 경우 쌍이 되는 룬 문자 ᚾ는 2번째 실험에선 자동으로 무생물이라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첫 회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여겨진 그룹 피험자가 1회에서 ᚦ를 동물이라고 응답했다면 2회에선 ᚾ이 동물이 된다. 다시 말해 첫 회가 끝날 때 모든 피험자가 동일 정보량을 갖고 있으며 피험자 학습 능력에 차이가 없다면 2번째 라운드 정답률은 두 그룹 모두 동일 수준이어야 했다.

그런데 실험 결과 1라운드 대잡이 모두 부정 당한 그룹 피실험자는 1라운드 대답이 모두 정답이 된 그룹 피실험자와 비교해 2라운드 정답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첫 라운드에서 당신은 실수했다고 전해지면 이 때 습득한 지식이 잘 익혀지지 않았고 같은 지식을 갖고 있었던 2번째 라운드에서도 잘못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근원이라며 실패를 인간이 성장할 기회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실패로부터 배우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실패한 일로 동기를 잃는 경우도 있고 실패 이유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실패로부터 학습하기가 어렵다.

실패에서 배우는 가장 큰 장애는 실패가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보통 인간은 자신은 유능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동물이며 실패를 경험하면 이런 자기 이미지가 위협받는다. 2019년 연구 재현 실험에서 처음 부정 당한 그룹은 정답이 된 그룹에 비해 크게 자신삼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기를 잃거나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낀 사람은 뇌가 새로운 정보 처리를 중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자존심에 대한 위협이 크면 인간은 학습 능력이 둔해져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실패에 대한 내성은 자신이 직면한 작업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2011년 연구에선 프랑스어 입문 코스나 고급 코스에 재적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어떤 유형 교사를 선호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입문 코스에 재적한 학생 대부분은 칭찬하고 늘리는 타입 교사를 요구하고 있는 데 비해 상급 코스 학생은 더 엄하게 실수를 지적하는 타입 교사를 요구한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가설을 세웠다.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는 프랑스어 학습이 즐거운지, 학습을 계속하고 싶은지 헤매고 있는 단계로 동기를 유지하기 위해 칭찬받기를 원할 수 있다.

한편 상급자는 이미 노력을 쌓고 있는 상태여서 더 효율적으로 프랑스어 스킬을 향상시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전문 지식 습득에는 나름 실패가 부물이어서 이미 상급 코스 학생은 실패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상급자라도 기본적으론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성공에서 배우는 편이 간단하다. 예를 들어 테스트 결과를 받았을 때 자신이 좋은 성적을 얻ᄋᅠᆻ다면 언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성적이 나쁜 경우 이 이유를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부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으면 공부하는 범위가 잘못됐을 가능성 혹은 출제 범위에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까지 있다. 이런 경우 실제로 뭐가 문제였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바탕으로 성적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내는 건 어렵다고 한다.

물론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발상이며 실제로 돌아가는 힘이나 성장에 대한 마인드셋을 길러 설장할 수 있는 것도 많다. 하지만 실패에 너무 매달리면 자신이 성공한 것조차 잊기 쉬워져 버릴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잘못한 것에 언제까지 초점을 계속 맞추는 것보다 올바르게 할 수 있었던 걸 쌓아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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