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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사내에서 AI 대처를 막는 요인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 기술 기업이 적극적으로 AI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애플 역시 적극적으로 AI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에선 AI에 대한 대처가 잘 진전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애플은 2018년 음성 어시스턴트 시리가 경쟁자에게 뒤쳐져 있는 상태를 타파하기 위해 구글 AI 관련 부문 수석을 맡은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를 영입했다. 지금도 그는 애플 기계학습과 AI 전략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지만 애플 AI 관련 부문은 조직 기능 부전이나 임원의 AI에 대한 야심 부족에 시달려 시리나 기본 백엔드 기술 개선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지아난드레아가 이끄는 시리 개발팀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직원이 정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2022년 후반 애플에서 AI 구현을 맡았던 엔지니어 3명이 회사를 떠나 구글로 옮겼다고 한다. 엔지니어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직접 영입에 나설 정도로 유능한 인재였으며 팀쿡 애플 CEO는 회사에 남으라고 설득을 시도했지만 결국 구글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 임하기로 결정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3명은 인간과 같은 반응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에 임하기에 적합한 건 애플이 아니라 구글이라고 생각해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이전 시리 개발팀은 상급 임원간 다툼이나 방향성을 둘러싼 논의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애플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선호 자세는 사용자와 시리간 상호 작용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방해하고 있으며 애플 임원은 데이터 수집에 대한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지아난드레아는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확대하려 했지만 2019년 시리와 사용자 대화를 녹음한 데이터를 외부 업체에 건네주던 게 보도됐고 애플은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데이터 수집 노력에 변화가 있었다.

더구나 챗GPT 같은 채팅 AI는 종종 부적절한 발언을 통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애플 고위 임원은 시리가 바람직하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걸 최대한 피하려 한다고 지적됐다. 애플은 시리의 기본 응답을 20명에게 미리 작성하도록 하고 엔지니어가 제안한 시리가 채팅 AI처럼 긴 대화를 실행하는 기능 추가는 거부했다고 한다.

인터넷상 콘텐츠를 사용해 질문을 답하는 기능을 다루던 시리 개발 엔지니어는 2019년 시리의 답변 정확도를 둘러싸고 디자이너팀과 충돌했다고 한다. 디자이너팀은 기능을 출시하기 전에 거의 완벽한 정확성을 요구했지만 엔지니어는 사용자가 묻는 방대한 질문을 미리 조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디자이너팀 설득에 몇 개월을 보냈다. 또 디자이너팀은 사용자가 시리 답변에 대한 우려와 문제를 보고하는 기능 구현도 거부했다고 한다.

일부 애플 직원은 회사 의사 결정 지연과 대규모 언어 모델에 대한 보수적 접근에 실망하고 전직하는 것 외에 애플 사내에서도 시리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애플 AR/VR 헤드셋인 리얼리티 프로 개발팀은 시리 개발팀이 시연한 헤드셋 음성 컨트롤에 실망을 표명하고 대체할 음성 컨트롤 시스템 구축을 검토할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시리와 별도로 음성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하는 계획은 최종적으론 포기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애플이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다음 AI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 애플 AI 그룹을 떠난 수많은 직원이 회의적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 3월에는 애플이 챗GPT 같은 채팅 AI를 시리에 통합할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전 애플 엔지니어는 시리 코드가 너무 복잡하고 데이터세트를 개선하고 기능을 추가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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