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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하면 벌금? 타일이 추가한 도난방지모드

이제 분실 방지 태그를 악용한 스토킹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타일(Tile)은 스토킹 대책 기능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도난 방지 모드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타일은 지난해부터 익숙하지 않은 태그를 감지하는 스캔&보안 기능을 제공해왔지만 도난 방지 모드는 이 기능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옵션이다.

물론 타일이 전 연인 가방에 추적 태그를 넣는 행위 같은 걸 응원하려는 건 아니다. 악용된 경우에는 모든 데이터를 경찰에 제출하는 것 외에 유죄 판결을 받은 스토커에게는 100만 달러 벌금을 부과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2021년인수 후 타일은 가족용 위치 공유 기업인 라이프360(Life360)이 소유하고 있다. 타일은 사용자가 자사 추적 기술을 탑재한 다른 제품을 포함한 모든 타일 제품에서 도난 방지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것이 아닌 태그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건 도난당했을 때 훔친 상대가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난 사건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 새로운 기능은 고객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타일 측은 얼마나 도난이 늘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10년 전 유엔이 내놓은 약물과 범죄에 관한 보고서, 비영리 리서치 단체인 형사사법펴의회(Council on Criminal Justice)에 의한 재산 범죄 증가에 관한 보고서 2022를 인용하고 있다. 지난해 타일에선 스토킹 방지를 위해 스캔&보안 도구를 탑재한지 얼마 안 됐지만 불과 1년 만에 이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라이프360 측은 모든 도난 안건이 타일에 보고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타일 도난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타일 기기를 훔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고객으로부터 도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애플 역시 에어태그(AirTag)를 악용한 스토킹 피해에 대한 비판과 소송 대응에 쫓기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자신의 것이 아닌 에어태그가 가까이 있다고 알림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타일은 도난 방지 모드에 대해 도둑에게 훔친 물건은 추적되고 있다고 알려주게 되어 소유자가 위치를 확인하기 전에 철거되어 되찾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고 주장한다. 도난 방지 모드는 스토킹 대책에는 역행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타일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모드를 켜려면 생체 인증 스캔과 정부 발행 아이디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라이프360 측에 따르면 아이디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 정보는 제3자 아이디 인증 기업(Berbix)에 보존된다고 한다. 이 회사는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수익화하지 않고 인증이나 사기 검출 목적으로 정보가 필요 없게 된 시점 생체 정보를 파기한다고 한다.

또 타일과 라이프360은 사용자 개인 정보는 소환장 유무에 관계없이 법집행기관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고 한다. 2021년 당시 라이프360은 사용자 위치 정보를 데이터 브로커에게 판매하는 기업으로 보도됐다. 실제로 회사 측은 사용자 데이터를 사실상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파는 것에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자세한 위치 데이터 판매는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여기에 더해 타일 기기를 사용해 본인 인식이나 동의 없이 개인을 불법 추적하고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개인에 대해 100만 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애플은 스토킹 대책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에어태그를 갖고 다니고 있다고 통지음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타일은 이를 피해자 보호에는 불충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라이프360 크리스 할스 CEO는 타일 옵션을 선택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자신의 기기를 보이게 할지 보이지 않게 할지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안심하고 밤에 잠들고 싶다면 기기를 다른 사용자로부터 보이지 않게 설정하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할스 CEO는 스스로 에어태그 테스트를 실시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태그를 검지하는데 몇 시간부터 며칠이 걸린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뛰어난 위치 지정 장치는 뛰어난 스토킹 장치가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위치 정보 태그 존재를 정확하고 적시에 통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진짜 필요한 건 불필요한 태그를 쉽게 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위치 정보 대응 기기의 아이디 등록 등 안전장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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