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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vs 정찰 열기구 뭐가 다른가

지난 2월 4일 중국에서 미국 상공까지 날아온 수수께끼 열기구를 미 공군이 격추해 화제를 모았다. 미 국방부는 이 열기구를 중국 정찰 기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래 정찰용 기구란 뭔지, 하늘에서 정보를 얻는다면 인공위성에선 안 되는 것인지 등 의문에 대해 전문가가 설명해 눈길을 끈다.

이번 정찰 기구는 1월말 알류샨 열도를 횡단해 알래스카주 상공에 침입, 캐나다령을 통해 다시 미국 몬타나주 상공에 들어왔다. 열기구 구도는 1만 8,000m이며 민간 항공기보다 높은 고도이기 때문에 물리적 위협이 되지 않지만 몬타나주는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배치된 공군기지 등 중요한 군사 거점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격추 명령을 내렸다.

중국 당국은 기구가 중국제인 걸 인정했지만 기상학 연구에 사용되는 민간 것이며 편서풍 영향으로 계획했던 코스에서 벗어나버렸다고 주장했다. 2월 4일 대서양 상공을 비행하는 열기구를 미 공군이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하고 이후 당국은 해상에 흩어진 잔해 회수 작업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미군이 무력으로 해결한 것에 반발하고 있으며 잔해를 미 당국이 회수하는 것에 대해 기구는 미국 것이 아니라고 항의하고 있다. 또 중미 코스타리카 상공에서도 중국 기구가 확인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민간 기구가 예정된 코스를 벗어났다고 설명한다. 물론 미 국방부는 이들 기구는 중국 군사적 감시 프로그램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열기구에 사용해 상공에서 적을 감시한다는 아이디어는 최근 나온 게 아니라 1974년에는 프랑스 혁명에서 프랑스군이 적군을 감시하기 위해 열기구를 발사한 사례가 있다. 스파이 기구는 말 그대로 가스로 채워진 열기구이며 민간 항공기만큼 고도로 하늘을 비행하는 것으로 지상을 향해 사진 촬영과 이미지 처리를 통해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현대에는 상공에서 상대방을 감시하는 수단으로는 인공위성이 주류이며 인공위성은 2가지 타입을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고도가 2,000km 이하 비교적 낮은 위치에서 주회하는 지구 저궤도 위성이며 멀리 주위를 둘러싼 위성보다 명확하게 지상 사물을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은 지구를 90분에 한 바퀴 도는 추세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같은 지점을 지속 감시하는 임무에는 적합하지 않다.

두 번째는 저궤도 위성보다 높은 위치를 주회하는 정지궤도 위성이다. 적도에서 3만 5,786km 상공에 위치한 정지궤도위성은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주회하기 때문에 지구상에선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동일 지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지만 저궤도 위성보다 훨씬 멀기 때문에 촬영 정확도 관점에서 뒤떨어진다.

스파이 기구는 이런 2종류 인공위성이 가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열기구는 위성보다 훨씬 낮은 위치를 날고 있기 때문에 더 명확하게 지상 대상물을 촬영할 수 있다. 또 열기구 이동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동일 지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하지만 열기구는 상대적으로 노리기 쉽고 완전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열기구에 의한 스파이 활동은 일반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격추된 중국 열기구에 어떤 기기가 탑재되어 있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반 스파이 열기구에는 다양한 종류 카메라가 탑재된다. 최근에는 인간 육안으로 포착되는 가시 스펙트럼 뿐 아니라 적외선 등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전자기 스펙트럼을 포착하는 카메라도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스파이 기구는 어두운 야간에도 지상 타깃을 촬영할 수 있다.

대부분 열기구는 바람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특정 바람을 포착하기 위해 고도를 바꾸는 정도 내비게이션 능력이 있어도 무인 열기구가 목적지를 정확하게 제어하는 건 어렵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 홍보 조정관은 열기구에 프로펠러나 허수아비가 장착되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비행하던 고도에서의 조종성은 한정적이었다는 견해가 많다.

그렇다면 하늘은 어떤 고도에서 우주, 어디까지나 국가 권리일까. 지상 100km까지가 카르만 라인으로 불리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경계선이며 이번 열기구는 이보다 상당히 아래에 있기 때문에 틀림없는 미국 영공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1940∼1950년대에 걸쳐 소련 상공에 많은 스파이 기구를 날렸다고 하지만 이어 정찰기로 옮겨갔고 최종적으론 인공위성이 정찰 임무를 맡게 됐다. 이번에 미국으로 날아온 열기구가 큰 소란을 일으킨 것도 최근에는 스파이 기구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지난 수십 년간 과거 열기구에선 불가능했던 게 최신 기술로 가능해졌는지 여부를 연구해왔으며 미국 외 국가도 정기적으로 스파이 기구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남중국해 등에서 빈번하게 타국 영해나 영공에 침입하거나 군사 연습을 하고 있으며 이번 열기구도 이런 도발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열기구는 미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지만 중국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실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목적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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