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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제도에 있는 ‘지상 최고의 세금 시스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거의 중간에 위치한 페로 제도는 18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페로 제도에선 TAKS라고 불리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세금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독자 시스템을 발전시켜온 페로 제도의 세금 시스템은 뭘까.

페로 제도는 덴마크 왕국 일부지만 반독립국이기도 하다. 자치 정부가 있는 것. 인근 국가와는 어업이나 무역에 관한 조약을 개별적으로 맺고 있으며 주로 고등어, 청어 등 원양어를 수출하고 있으며 양식업도 발전하고 있으며 주로 연어 등 물고기를 키워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어업은 페로 제도 경제 5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산업 중 하나이며 페로 제도에서 가장 높은 수입을 내는 일감이다.

페로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1인당 GDP도 본국인 덴마크보다 높고 실업률도 낮고 2015년에는 4% 이하, 2019년 2% 이하, 2022년에는 0.5%라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 경제를 지원하는 건 TAKS라는 시스템이다. TAKS에선 세금 계산과 공제 등이 일괄 관리되어 회사에서 지급하는 임금이나 세금 지급은 TAKS 하에서 모두 중앙정부에 처리되어 은행계좌에 입금되기 전 자동으로 지급액이 계산되어 공제된다.

더구나 가족 수당, 실업수당, 연금 등 거의 모든 정부급여금 지급이 통합되어 일부 자동화되고 있다. 간결한 시스템 덕에 정부는 급부금마다 서류를 요구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TAKS에 누가 어떤 제도 대상인지를 알리는 것만으로 급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개인별 모든 수입 흐름을 정부가 감시해 원천징수를 그 자리에서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거의 항상 올바른 숫자를 내보낼 수 있다는 게 TAKS의 장점이다. 직원 수십 명을 보유한 중견기업을 운영 중이라면 계산을 대행해주며 TAKS 하에선 번거로운 프로세스가 모두 불필요하다. 더구나 혹은 직원이라고 생각해도 확정 신고를 할 때 처리해야 하고 과소 신고로 인한 패널티를 지불할 수도 있지만 TAKS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미국을 예롤 들면 확정 신고에는 연간 추정 65억 시간이 소비되고 있으며 이는 310만 명이 1년간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에 해당된다. 만일 평균 임금으로 계산하면 3,130억 달러 부담이 경제에 걸려 있는 것. 미국 세무서원은 8만 3,190만 명으로 평균 수입은 5만 1,000달러인 걸 감안하면 TAKS 효율이 주는 장점은 헤아릴 수 없다.

또 페로 제도 통계국이 TAKS 처리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다는 것도 경제 활동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타국에선 청취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경제 지표를 페로 제도에선 정확도와 적시성을 갖춘 데이터 분석으로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AKS는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라는 넓은 문맥 없이는 구축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사고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 세금을 개인으로 관리하는 걸 고집하는 건 이런 정책으로 인한 것으로 수급자가 마치 정부 원조에 의지하지 않는 엄격한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할 수 있기 대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시스템을 미국 같은 곳에서 완전히 실현하는 건 어렵지만 페로 제도 예에서 배울 만한 건 많다. 세법상 모든 공제를 폐지하거나 모든 지불을 중앙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서류 작성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옵트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을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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