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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 비만 치료제 등장과 문제점

2형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다양한 질병 원인이 되는 비만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6년에는 성인 40%가 과체중이며 13%가 비만이었다고 보고했다. 주 1회 주사로 체중을 30%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를 비롯한 다양한 약제와 여기에 관련한 의료 현장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

분자유전학자 제프리 프리드먼이 1994년 발표한 렙틴이라는 호르몬 연구가 있다. 여기에서 프리드먼은 포만감을 초래하는 작용을 가진 렙틴을 분비하지 못하게 한 쥐에 렙틴을 주면 쥐가 느끼는 공복감이 감소하고 체중이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한 전문가는 당시 의학계 반응을 이는 비만과 식욕 조절 배경에 있는 생물학적 기초에 대한 사고 방식에 확실히 혁명을 가져오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1983년 발견된 GLP-1(Glucagon-like peptide-1)이라는 호르몬도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GLP-1은 혈당치 상승에 반응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생산을 높이고 혈당치를 낮추는 효과를 갖고 있으며 인슐린 생산이 저하되는 2형 당뇨병에 대한 효능이 기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연구가 일정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미식품의약국 FDA는 GLP-1에 똑같은 성분 약을 2형 당뇨병 치료약으로 승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료제가 당뇨병 임상시험에 사용되면 과학자는 곧 치험자 체중도 감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는 GLP-1이 식욕을 억제하는 뇌 수용체와 소화를 완만하게 하는 장 수용체에 작용한 것이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비만치료제 연구가 시작된 2010년대 중반에는 GLP-1 수용체 작용약인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라는 약이 평균 8% 정도 체중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발표됐다.

2021년 초 리라글루티드와 같은 신약인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임상시험 결과가 보고되어 과학자는 이 효과에 놀라게 된다. 세마글루티드를 주 1회 주사한 환자는 16개월간 치료로 평균 14.9% 체중이 줄었다. 따라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2017년 승인을 받은 세마글루티드는 4년 뒤인 2021년 FDA에서 성인 비만 치료제로 승인됐다.

한 전문가는 약리학적 기법으로 체중을 10% 이상 안전하게 감소시키는 건 역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치료법은 심장 혈관 건강도 개선해준다고 말한다.

또 가까운 미래에는 티르제파티드(Tirzepatide)라는 더 효과적인 약이 등장할지 모른다. 티르제파티드는 GLP-1 이외에 GIP(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라는 다른 호르몬을 모방한 성분도 사용한다. 2022년 2형 당뇨병 사용으로 승인된 이 치료제는 고용량으로 사용한 임상시험에서 평균 21%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티르제파티드가 효과를 가져오는 메커니즘에는 불명한 점도 많이 남아 있다. 체중을 떨어뜨리는 게 분명한 GLP-1과는 반대로 GIP는 비만을 촉진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IP 수용체를 기능 부전 쥐에 이용한 시험에선 쥐가 비만이 되기 어려운 게 나타났기 때문에 연구자는 지금까지 GIP를 촉진하는 대신 반대로 GIP 작용을 저지하려 시도해왔다.

티르제파티드 개발사와 공동 연구를 해온 학자는 GIP 덕에 GLP-1 부작용이 억제되어 더 고용량으로 GLP-1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 기존에는 비만을 촉진한다고 생각된 GIP에도 실은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닐까 보고 있다.

한편 티르제파티드는 단순히 강력한 GLP-1 약이며 GIP가 포함되어 있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는 등 티르제파티드 작용 기전에 관한 견해는 과학자 사이에서 일치하지 않는다. 이 점은 엘리릴리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GIP 단체 약제 시험 결과에 의해 명확하게 되는 건 아닐까 기대되고 있다. 다른 접근법으로는 GLP-1, GIP,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제3 호르몬인 글루카곤 작용도 모방하는 트리플 아고니스트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 밖에도 식욕에 관계하는 장내 호르몬 펩티드YY나 지방을 줄이면서 근력량을 증가시키는 비마글루맙(Bimagrumab)이라는 모노클로날 항체(monoclonal antibody)에 주목하는 연구자도 있다.

비만 치료제와 관련한 도전은 미해명 메커니즘만은 아니다. 비만 치료제는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점이 큰 문제다. 예를 들어 세마글루티드 임상시험 참가자 중 약 복용과 생활 습관에 개입으로 모두 그만 둔 사람은 1년이 지나면 감소한 체중 3분의 2가 되돌아 왔다고 한다.

또 이런 치료제는 비싸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위고비(Wegovy)라는 브랜드명으로 팔리는 다이어트용 세마글루티드 가격은 1개월분이 1,300달러다. 미국 내 많은 보함사는 이 치료제를 허영심의 약으로 간주하고 비용을 커버하는 걸 거부하기 때문에 희망자는 전액 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 원래 비만을 치료해야 할 병이라고 생각하는 풍조에도 경종이 울리고 있다. 한 연구에선 비만으로 여겨지는 사람 중 30%가 대사적으로 건강하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선 체중보다 다른 건강 문제가 사망 위험 예측 인자로 유용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전문가는 비만 치료제를 획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도할 수 없는 환자에게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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