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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트 막아야 하나…일러스트 사이트 딜레마

최근에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비롯한 고정밀도 이미지 생성 AI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AI가 인간 아티스트를 대신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 사람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일러스트 투고 사이트에선 AI가 생성한 일러스트 투고 금지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AI가 정밀도 높은 일러스트를 생성할 수 있을 만큼 진화를 이루는 가운데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AI에 부정적인 아티스트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제150회 콜로라도 품평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만든 회화가 인간을 놓고 우승했다는 게 논란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온라인 일러스트 공유 커뮤니티는 AI가 생성한 일러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 예를 들어 한 일러스트 투고 사이트(Fur Affinity)는 9월 5일 일러스트 투고 정책을 업데이트하고 업로드를 금지하는 예술적 이점이 부족한 콘텐츠에 AI 또는 유사 이미지 생성 도구를 사용해 만든 작품을 추가했다.

이곳은 정책 설명에 AI에 의해 만들어진 콘텐츠는 금지되어 있다며 AI나 기계학습 애플리케이션은 다른 아티스트 작품을 샘플링하고 콘텐츠를 생성하고 있다며 이렇게 생성된 콘텐츠는 다른 아티스트 수백 수천 개 작품을 참조하고 파생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사이트 목표는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지원하는 것이며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사이트에서 허용하는 게 커뮤니티에 최선의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곳에선 7월에도 AI를 이용해 성인물을 자동 생성하는 계정이 만들어져 업로드 제한 속도 상한에 이르는 빈도로 AI 일러스트를 올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이트(Newgrounds)에선 일러스트나 얼굴 사진을 합성해 새로운 화상을 만드는 아트브리더(Artbreeder)를 이용한 일러스트 투고를 2021년부터 금지해왔다. 2022년 8월말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선 더 명시적으로 AI 사용을 언급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AI 아트라는 항목이 마련되어 있으며 AI로 생성한 아트는 아트 포털에서 금지되어 있다며 2가지 이미지를 선택하고 기계학습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합성하는 아트브리더 같은 웹사이트를 포함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곳은 캐릭터 아트를 메인으로 AI로 생성한 배경을 사용하는 경우 AI 사용은 허용된다고 밝히는 등 인간 아티스트가 보조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건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AI로 생성한 일러스트를 착색하는 것에 대해선 타인 일러스트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며 투고를 금지하고 있다. 결론에서 말하면 인간이 만든 예술에 초점을 맞추고 아트 포털이 컴퓨터에서 생성된 예술로 넘쳐나지 않게 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그 밖에 2021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자금을 모은 새로운 일러스트 투고 사이트인 인크블롯은 AI 아트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AI 아트에 대한 방침을 나타내지 않은 일러스트 사이트에선 사용자로부터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2000년 개설된 아트 커뮤니티 데비앙트아트(DeviantArt)에선 한 사용자가 톱 페이지에 표시된 일러스트 25개 중 10개가 AI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토로하거나 사용자가 AI 일러스트 규제를 요구하는 논의를 하기도 한다.

주요 일러스트 사이트인 아트스테이션(ArtStation)도 현재 AI 일러스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고 AI에 의해 만들어진 일러스트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아트스테이션은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한 프롬프트에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AI가 생성해 아트스테이션에 올린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AI가 새로운 일러스트를 만드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AI 아트 윤리에 대해 어떻게 느끼더라도 온라인 아트 커뮤니티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강력한 GPU가 있으면 자고 있는 사이 1시간 만에 이미지 수천 장을 생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일 일러스트 사이트에선 AI 아트가 무제한으로 올라오는 상태가 되면 인간이 그린 일러스트를 찾는 것조차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커뮤니티 관리자와 사회자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AI 아트를 허용할지 분리할지 완전히 금지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AI 아트가 퍼지면서 저작권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저작권국은 2022년 2월 AI가 만든 작품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다만 이 결론은 쟁점이 된 일러스트에서 인간 개입이 적고 인간 저작권 요소가 없다고 판단된 것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관련된 범위에 따라선 AI 아트에 저작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또 다른 AI 아트에 대해 다시 논의가 이뤄지면 당국이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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