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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손 프린터 속 수리할 권리 역행 기능이?

엡손 잉크젯 프린터 일부 기종에 제품 장기 사용에 의해 하드웨어가 동작하지 않게 되는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으며 이는 소비자에게 수리할 자유를 주는 수리할 권리에 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프린터 내부 폐잉크 흡수 패드 흡수량이 한계에 가까워지면 교체나 수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프린터에 표시되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폐잉크 흡수 패드는 인쇄할 때 남은 잉크를 모으는 부품. 이 부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되어 잉크가 쏟아질 수 있어 프린터 내부에 이상이 생겨 물적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일반 사용법이라면 폐잉크 흡수 패드 수명이 오기 전에 먼저 다른 부품이 마모되거나 사용자가 교체를 검토할 정도 연수가 경과한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는 다른 부품보다 먼저 폐잉크 흡수 패드 수명이 와서 비록 다른 부품이 정상 작동해도 위 같은 에러 메시지가 표시된다는 것이다.

오류 메시지가 표시된 이후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은 제한되어 있으며 메시지에 따라 교체 또는 수리하거나 엡손 소프트웨어(Ink Pads Reset Utility)를 이용해 카운터를 재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건 한 번 뿐이며 다시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기까지 기간도 짧아진다고 한다.

안전상 문제로 이런 설계를 했지만 보도에선 단지 부품 하나가 서비스 수명에 도달한 것만으로 다른 건 문제가 없는 제품을 버려야 하는 건 전자폐기물을 늘려 고객에게 비싸고 필요없는 업그레이드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폐잉크 흡수 패드가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문제를 구매 전 사용자에게 눈에 띄는 형태로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시간대학 법학 교수인 아론 페르자노브스키(Aaron Perzanowski)는 비록 라이선스나 웹사이트에 어떤 문구가 있더라도 이런 소프트웨어 시한폭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소비자의 합리적 기대에 반한다며 연방거래위원회법과 주 수준 소비자 보호법 하에서 불공정하거나 기만적 관행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국제법 교수인 조나단 지트레인(Jonathan Zittrain)은 프린터가 잠시 후 마음대로 망가지는 건 제품을 샀지만 실제로는 서비스를 빌리고 있었다는 좋은 예라고 지적한다. 다만 수명에 따라 동작하는 프로그램이 불법일지 모른다는 생각에는 난색을 보였다. 그는 이런 광행을 더 명확하게 규칙화하는 건 소비자 이익이 된다며 비록 안전상 필요한 것이라도 사양에 대해 명확하게 소비자에게 나타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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