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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전원 종양이 사라졌다? 직장암 치료제 임상 결과가…

암 치료약 임상시험에서 소규모지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중기 직장암 환자 18명에서 모두 종양이 사라져 버린 것. 참가한 18명은 인원이 많지 않아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같은 암 환자나 가족, 의료 관계자에게는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이 임상2 실험 결과는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최근 발표됐다. 연구에 참가한 건 미국 메모리얼슬론캐터링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와 예일대학 연구팀이며 제약회사 글락소스미클라인(GlaxoSmithKline)이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는 직장암 스테이지2나 3으로 진단받은 사람으로 종양이 이미 주위 조직으로 퍼졌고 임상시험이 끝난 뒤에도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 같은 고통스러운 치료가 계속된다고 가정했다. 또 참가자 암은 직장암 중에서도 미스매치 복구 기구 결손(dMMR)을 원인으로 하는 타입으로 판정되고 있었다.

암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스매치 복구 기구 결손 이란 세포 중에서 DNA가 복제될 때 에러가 있어도 수정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 이 오류가 축적되면 결국 세포 암화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도스탈리맙(Dostarlimab)이라는 인공항체가 이런 종류 암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가설을 세웠다. 도스탈리맙은 많은 암세포에서 발견되는 PD-1(Programmed death receptor -1)으로 불리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작용을 가진다. 이에 의해 면역 시스템에 대해 암세포는 유해하고 파괴해야 할 타깃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 약은 글락소스미클라인이 개발했으며 2021년에는 미스매치 복구 기구 결손과 관련한 자궁내막암에 대한 사용으로 미식품의약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고 있다.

임상시험은 반년간 환자에게 3주마다 1회 도스탈리맙을 투여했다. 당초 계획에선 시험 후에는 표준 화학요버비나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도스탈리맙 치료만으로 암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이 논문 발표 시점 18명 치료를 완료하고 있으며 이 중 12명은 최소 1년간 경과 관찰이 되고 있지만 암 재발 징후가 있는 사람은 없다.

암은 치료에 대한 내성이 높고 단독 약으로 이 정도까지 잘 치료된 건 거의 없다. 암 역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생각된다는 것. 이 약을 처음 투여 받은 환자는 이미 2년간 암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소규모에서 나왔기 때문에 약물 효과를 확인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려면 더 큰 규모 시험이 필요하다. 또 도스탈리맙이나 같은 면역 치료에는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며 드물게 근력 저하 등 합병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실험에선 이런 증상은 보고되지 않았다. 문제는 부작용 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크다. 도스탈리맙은 보험이 없는 경우 투여 1회당 1만 1,000달러가 든다. 3주일에 1회, 반년간 이를 계속하면 10억 원이 가볍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 결과가 앞으로 검증되면 이런 종류 암에 대한 새로운 표준이 될지도 모른다. 미스매치 복구 기구 결손이 가장 강하게 관련되어 있는 암은 결장직장암이지만 그 밖에도 유선 갑상선, 방광, 전립선 같은 부분 암에도 관련되어 있다. 도스탈리맙 같은 PD-1 억제제라는 타입 약 개발이 진행되면서 구할 수 있는 목숨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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