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크기보다 14배나 긴 오징어나 미니밴 크기 해면 동물 등 심해에 서식하는 동물은 종종 거대한 걸 보게 된다. 왜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은 거대할까.
아남극 해역에 서식하는 거대한 오징어인 남극하트지느러미 오징어(Colossal squid)는 뉴질랜드에서 일반적인 오징어와 견줘 14배 길이에 이른다. 남극하트지느러미 오징어는 세계 최대급 무척추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심해역에 서식하고 있다.
바다에 존재하는 많은 먹이는 얕은 해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바다 가장 깊은 부분은 다른 해역보다 자원이 부족하다. 한 전문가는 이런 먹이가 부족한 장소에서 서식하는 생물은 몸집을 크게 해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몸집이 큰 생물은 음식을 찾거나 동료를 찾기 쉬워지고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또 몸이 큰 생물이 더 효율적인 대사가 많기 때문에 적은 음식으로 장기간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얕은 해역에서 심해에 도달하면서 몸이 큰 생물은 다른 생물보다 많은 먹이를 먹는 게 가능해져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장기간 체내에 축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심해 낮은 수온이 생물 대사를 현저하게 느리게 해 심해 생물 거대화를 조장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심해에 서식하는 그린란드 상어(Greenland shark)는 1년에 1cm 밖에 성장하지 않으며 150년에 걸쳐 성숙한다. 체장 7.3m, 체중 1.5톤까지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심해에는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그린란드 상어는 상당히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상어처럼 심해 생물에는 성장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저온 환경에서 생물이 거대하게 성장하는 경우는 심해 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남극에선 거대한 지느러미나 웜, 바다거미 등이 확인되고 있으며 9.1m 정도 얕은 물에서도 평소보다 거대한 생물이 확인된다.
저온 환경에서 생물이 거대화되는 현상에 대해 연구 중인 몬타나대학 연구자는 남극 대륙에는 거대한 생물이 지표 근처에 서식할 수 있게 해주는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면서 남극 대륙에서 거대한 생물이 많이 존재하는 이유는 낮은 온도와 산소 공급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소 USGS에 따르면 심해에선 산소 농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심해에선 수온이 낮아져 생물 대사 효율이 저하되기 때문에 산소 사용률도 낮아진다. 다시 말해 심해에선 산소 농도가 높지만 생물 산소 소비는 느리기 때문에 산소 결핍에 시달리지 않고 심해 생물은 더 크게 몸을 성장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덧붙여 풍부한 산소가 반드시 생물을 크게 성장시킨다는 건 아니지만 크게 성장하는 걸 가능하게 하는 일인 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에도 성장 한계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북극에 서식하는 바다거미는 길이 30.5cm 정도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거대한 바다거미는 체내 산소 농도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북극 거대 바다거미는 충분한 산소를 섭취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까지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거대한 바다거미는 이미 크기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해 생물이 거대해지는 이유로 저온 해수나 먹잇감 부족 등을 들기도 하며 그 밖에 다양한 요인이 생각되기 때문에 몸집 변화에 관한 메커니즘은 생물학적으로 확실한 건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