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꿀벌 개체수가 줄어드는 게 문제시되는 가운데 디자인, 과학, 테크놀러지 영역을 조합한 연구를 실시하는 MIT 미디어랩 프로젝트팀(Mediated Matter group)이 꿀벌을 인공 시설 안에서 사육하는 합성 양봉장(Synthetic Apiary)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인공 시설에서 꿀벌을 사육하는 실험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구상에는 100만 종에 이르는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 중에서도 전 세계 꿀벌 감소는 가장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꿀벌은 인간 문화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꿀을 먹을 뿐 아니라 주요 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을 경유해 수분을 취하고 있다.
연구팀이 2016년 시작한 합성 양봉장은 꿀벌이 1년 내내 활동할 수 있도록 관리된 공간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인공 관리된 빛과 습도, 온도는 항상 봄 상태를 재현하고 있어 먹이가 되는 합성 꽃가루와 설탕수가 주어진다.
하얀 무기질 방 안에는 기온 21도, 상대 습도 50%로 유지해 꿀벌 생존에 적합한 환경이 재현되어 있다. 꿀벌에는 합성 꽃가루와 설탕수가 주어져 꽃이 없는 환경에서도 생존, 번식하는 게 가능하다.
연구팀은 방호복을 입고 방안에 들어가 꿀벌을 돌보고 건강 상태 평가와 샘플 채취 등을 한다. 인공 관리 상황 하에서 사육해 꿀벌 행동을 다양한 스케일로 종단 연구하는 게 가능하다.
이미 합성 양봉장 속에서 사육된 여왕벌이 주위 환경에 생물학적 사이클을 적용시켜 산란을 유발하는 것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이는 꿀벌 전체 사이클을 인공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며 인공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꿀벌 사육을 시사한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또 합성 양봉장에 이어 꿀벌 콜로니가 둥지를 만드는 능력을 연구하기 위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선 주변 환경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꿀벌 콜로니가 어떻게 주변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다양한 환경을 준비해 3D프린터 기술로 화학적 페르몬을 내장한 환경이나 자기장 강도나 방향을 다양하게 바꾼 환경, 시간 경과에 따라 형상이 바뀐느 환경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합성 바이오마커로 강도를 늘린 밀랍을 준비한 환경에서 꿀벌은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 밀랍을 생성하는 대신 준비된 밀랍을 둥지 건축 자재로 짜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둥지 구축이 단순한 특정 형태를 만들기 위해 미리 정의된 행동 집합이 아니라 환경 자극으로부터 섭동에 대한 복잡한 적응을 포함하는 반응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걸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주변 환경이 일종의 입력 정보가 되어 꿀벌 콜로니는 행동을 적응시켜 꿀벌 둥지라는 출력 정보가 변화하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합성 양봉장으로 만들어진 둥지 구조를 엑스선 CT 스캔을 통해 분석하고 꿀벌과 주변 환경 사이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 작용을 연구한다. 꿀벌 둥지 형성이나 집단행동을 분석해 인간 행동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이나 새로운 생체 적합 재료 사용 방법, 효율적인 구조 형상 등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구팀은 이런 식으로 건축 환경을 변화시켜 소재와 모양을 통해 자연 환경과 더 원활하게 통합하고 인간과 다른 생물 모두에게 유익한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산업 프로세스나 인간 중심 디자인을 실천해 본질적인 행동이나 생태계를 바꿔 버린 꽃가루 매개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다시 인간 개입 없이 번영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상호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