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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고래와 대화를…

고래는 높은 지능을 갖고 독특한 소리를 내며 동료끼리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게 확인되고 있다. 고래의 노래라고 불리는 이 소리를 AI로 해석해 고래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고 있는지 해독해 대화를 시도하는 프로젝트가 해양학자나 기계학습 전문가 손에 진행되고 있다.

2017년 하버드대학에서 1년간 진행한 하버드대학 래드클리프연구소 펠로우십 프로그램에선 고래 노래를 해독하는 프로젝트인 CETI(Cetacean Translation Initiative) 구상이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컴퓨터 과학자인 마이클 브론슈타인은 이스라엘 암호학 전문가 등을 만나 AI가 인간 언어를 처리하는 능력 진보에 대해 얘기하면서 고래 노래를 해독하는 아이디어를 굳혀 갔다고 한다.

이어 브론슈타인과 아이디어를 굳힌 뉴욕시립대학 해양생물학자 데이비드 그루버가 카리브해 주변에서 향유고래 노래를 대량 기록하는 생물학자와 연락을 취해 간단한 해석을 해봤다. 이 때 해석에선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더 깊은 분석을 위해선 수백만 가지 노래 데이터가 필요했다.

인간 이외 동물은 언어를 갖고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존재한다. 과학계에선 동물과 언어 관계에 대해 3가지 포인트를 말한다. 첫째는 동물이 발하는 말에는 의미가 있는 것인가. 동물 울음소리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면 적어도 의미를 가진 말로 교환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고 있다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동물은 의미 있는 말을 발하고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어치(Siberian jay)라는 새는 25종류 울음소리를 갖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경고 등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동물이 발하는 말에 문법이 있는가. 오랫동안 동물이 하는 커뮤니케이션에는 문형이 부족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16년 연구팀이 가슴이 발하는 울음소리에는 순서나 조합에 따른 의미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며 이걸 문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셋째는 동물이 발하는 말은 생생한 것인지다. 동물이 발하는 소리가 태어난 것이라면 이걸 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생물학자는 동물은 다수 표현 레퍼토리를 갖고 태어나지만 이는 인간에서 말하는 미소와 하품에 필적하는 무의식 행동이며 인간의 말에 필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동물은 태어난 뒤에 단어를 학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동물에는 이름을 붙여 서로를 부르는 새나 고유 울음소리를 얻는 돌고래 등이 해당된다. CETI 연구팀은 고래가 어두운 깊은 바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울음소리를 발달시켜갔다는 점, 고래 뇌가 동물계에서 최대 크기인 점 등을 근거로 고래 울음소리를 해독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인간에게 들키지 않고 채팅을 계속한 실적 덕에 위험다는 평가까지 받은 고정밀 언어 모델인 GPT-3을 이용해 향유고래 울음소리를 학습시켰다. 다만 향유고래로부터 수집한 10만종이나 되는 소리 데이터는 수가 부족해 데이터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모은 소리를 문법적으로 올바르게 해석해 자유로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개발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모두 잘 된다고 해도 이 시스템 문제는 인간이 대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고래가 어떤 패턴 울음소리를 냈다고 해서 인간은 지금까지 연구 데이터로부터 이 울음소리 응답으로 올바른 울음소리는 이것이라는 정답을 도출해 고래를 향해 발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교류한 단어 의미가 감사하다는 것인지 안녕인지 인간은 알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는 어디에 있을 때 누구를 향해 발해 어떤 반응이 있ᄋᅠᆻ는지 세세한 주석을 데이터에 부여하는 것과 이를 자동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CETI는 개별 고래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센서와 기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술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기술 개발 등을 위해 CETI는 TED 자금 조달 프로그램으로부터 5년간 자금 조달에 성공하는 것 외에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나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소 등 많은 조직을 프로젝트로 끌어들이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유일한 지적이고 지각력 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만할 수 있다며 우리 앞에 큰 문명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면 아마도 인간 환경 문제 의식에도 조금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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