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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아케이드 게임기가 실패한 이유?

아케이드 게임 초기 히트작으로는 퐁(Pong)이 잘 알려져 있다. 퐁을 만든 놀란 부시넬(Nolan Bushnell)은 사실 세계 첫 아케이드 게임인 컴퓨터 스페이스(Computer Space)라는 작품도 세상에 내놨다. 컴퓨터 스페이스는 불행하게도 퐁 정도로 성공하지 않은 이유로 부시넬은 당시 게임기가 놓여 있던 게임 센터 등에 오는 사람이 플레이하는 규칙을 어려워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게임 상황을 조사한 연구에선 그와는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컴퓨터 스페이스는 부시넬이 1971년 10월 15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전시회(Music Operators of America)에 선보인 세계 첫 아케이드 게임기로 주크박스와 핀볼 기계를 배치하고 게임 센터와 술집 주인에게 판매했다.

아폴로11호 유인 달 착륙 성공 2년 뒤였던 만큼 우주를 날아다니면서 UFO와 싸운다는 내용으로 1973년 공개된 영화 소일렌트 그린(Soilent Green)에서 게임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컴퓨터 스페이스는 1972년 출시된지 1년 만에 8,000대를 판매한 퐁에 비해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부시넬은 술집에 간 사람들에게 컴퓨터 스페이스는 너무 어려웠다며 게임을 위해 설명서를 읽고 싶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 연구팀은 연구 중 부시넬과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근거가 된 건 1962년 2월 MIT 엔지니어 그룹이 만든 게임인 스페이스워(Spacewar!)다. 당시 아직 컴퓨터는 크고 비싼 메인프레임이 중심이었지만 스페이스워는 미니컴퓨터 시장을 개척한 PDP 시리즈용으로 출시된 무료 게임이었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서로 마주보는 2개가 서로 공격하는 게임이었지만 2개월 뒤에는 놀이공간 중심에 큰 별이 배치되어 중력 영향을 받게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컴퓨터 스페이스 등장 당시 스탠퍼드대학에서 스페이스워 파생 버전인 갤럭시 게임(The Galaxy Game)이 총학생회에 놓여져 1코인으로 즐길 수 있게 되어 학생이 몇 시간씩 대기하는 행렬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갤럭시게임에 모인 대학생과 컴퓨터스페이스를 외면한 손님은 그만큼 중복되지 않아 부시넬이 말하는 너무 어렵다는 쪽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납세 신고서를 PC 소프트웨어 도움 없이 만들거나 종이 인덱스카드를 이용해 도서관 장서를 발견하던 사람이 컴퓨터스페이스를 어렵게 느꼈을까 의문을 표하고 오히려 스페이스워나 갤럭시게임에는 있고 컴퓨터 스페이스에 없던 중력 영향이 게임 히트에 관여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스페이스워에선 화면 중앙 별이 중력원이 되고 자신을 별 쪽으로 이동시켜 중력을 이용하 전략이 가능했다.

컴퓨터 스페이스에 중력 설정이 없던 건 범용 컴퓨터가 아니라 텔레비전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페이스워는 범용 컴퓨터 기반이었기 때문에 중력을 설정할 수 있었지만 아케이드 게임으로 출시하려면 너무 비쌌다. 따라서 나중에 커스텀 프로세서를 추가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당시 한 아타리 직원도 컴퓨터 스페이스에 대해 플레이 경험이 최악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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