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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서 숙성된 와인은 어떤 맛?

와인 품질은 원료가 되는 포도 품종이나 재배하는 토양, 기후 등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에 와인 생산자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품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우주 개발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카고언리미티드(Space Cargo Unlimited)와 포도와인과학연구소 ISVV가 전 세계에서 가장 고가로 거래되는 와인 중 하나인 샤또 페트뤼스(Chateau Petrus)와 포도 접목에 사용하는 수목을 우주 정거장에 반입, 실험을 진행하고 우주에서 1년간 숙성된 와인 시음회를 열었다.

양측이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 ISS로 보낸 건 샤또 페르뤼스 병 12개와 포도 나무 320개다. 실험에 참여한 연구팀은 우주에 가는 주된 목적은 와인 숙성 과정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ㅡ리고 숙성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와인 12병은 ISS에서 1년간 숙성된 이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우주로 보낸 건 200년 샤또 페르뤼스. 한 와인 전문가는 모두 화려한 맛이었지만 지구에 남아 있던 건 아직 조금 닫혀 있고 더 타닌이 있고 젊었다면서 우주에 있던 건 타닌이 더 부드러워지고 꽃 향기가 더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렇게 두 와인간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시음자 전원이 와인에 차이가 있다고 느낀 건 아니다. 또 다른 와인 전문가는 정의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솔직히 차이를 식별하는 게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팀은 와인 2개간 차이에 대한 이유로 지상과 우중에서 대류 차이를 들었다. 와인을 글라스에 따르기 전에 디켄터라는 유리 용기에 옮기거나 유리에서 흔들리면 와인 산화가 가속되고 맛과 향기에 변화가 나타난다며 숙성 중인 와이도 주위 산소와 반응해 천천히 산화가 진행되지만 대류에 의해 와인 주위는 항상 일정 산소 농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무중력 우주 공간에선 대류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산화가 진행되기 어려운 것.

중력과 산소가 숙성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건 와인을 빨리 숙성시키는 방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번 실험에선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 수목도 우주에 보냈다. 우주 공간에서 빛과 물이 한정되어 있음에도 보내진 수목 320개는 모두 살아 남아 지상 수목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한다. 생물은 외부 스트레스에 의해 새로운 특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중력은 포도가 기후 변화와 질병, 염분 농도가 높은 토양 등 문제에 대한 회복력을 획득하게 해줄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몇 개월 더 수목을 분석하고 우주 공간에서 1년간 보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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