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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은 어떻게 수중에서 통신을 할까?

바다 속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은 한 번 잠수하면 몇 시간이나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부상하지 않는다. 사방이 모두 바다인 상황에서 잠수함은 어떻게 다른 함이나 지상과 연락을 취할까.

잠수함이 본격적으로 전장에서 활약하게 된 건 제1차세계대전으로 잠수함은 한 번 바다에 잠수해버리면 다시 해수면까지 부상해야 기지국이나 다른 함과 통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잠수함은 기본적으로 수상함으로 활동했으며 잠수하는 건 공격할 때나 추적을 회피할 때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잠수 중 통신이 불가능하게 되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해군 잠수함 사령관이던 카를 되니츠(Karl Dönitz)는 여러 잠수함과 연계해 적 수송선단을 공격하는 이리떼 전술을 고안하고 잠수함도 적극적으로 통신하도록 요구됐다. 하지만 당시 잠수함은 다른 선박과 연락을 단파 라디오로 하고 있었고 라디오를 사용하려면 수면으로 부상해야 할 뿐 아니라 통신 내용이 적에게 탐지될 가능성이 있었다.

독일과 비슷한 전략을 실행하던 미국 해군은 잠수함이 물속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AN/BQC-1A, 일명 거트루드(Gertrude)라는 통신기기를 도입했다. 거트루드는 배터리 전화로 아마추어 무선에선 일반적인 SSB 통신 방식을 채택했다. 4∼5km 범위에 있는 소나로 찾은 다른 함을 24.26kHz 초음파로 호출할 수 있고 365m 이내 거리라면 8.3375kHz에서 11.0875kHz 반송파로 음성 통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염분을 포함한 해수는 공기보다 간섭이 강한 탓에 신호 감쇄나 손실이 발생하기 쉬웠다고 한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몇 달 동안 잠수 활동을 할 수 있는 원자력잠수함이 등장하면서 잠수함의 역할은 연계하면서 적 수송선을 공격하는 유닛에서 바다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장치로 변화했다. 따라서 잠수함의 스텔스성은 어느 때보다 중시됐다.

하지만 잠수함에서 지상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정도 설비를 잠수함에 배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냉전 시대 잠수함 통신 시스템은 육상 송신소에서 발생된 전술 명령을 스텔스성을 해치지 않고 받는 걸 요구받는다.

통신에 사용되는 전파는 주파수에 따라 성질이 크게 변화한다. 3∼30MHz 단파대 HF와 30∼300kHz 장파대역 LF는 육상이면 전리층 굴절에 의해 지구 전쳉 도달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해수 중에선 급속하게 감소해버리는 탓에 바다에 있는 잠수함과의 통신에 사용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3∼30kHz 초장파 대역 VLF는 수심 20m 까지 통신할 수 있지만 잠수함 스텔스성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깊이는 아니다. 하지만 훨씬 낮은 주파수인 3∼300Hz 초저주파 대역 ELF는 수심 120m라는 충분한 깊이까지 통신이 가능하다. 따라서 미 해군은 1968년 프로젝트 생귄(Project Sanguine)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ELF 통신 시스템 구축을 계획했다.

하지만 ELF는 전파를 송신하려면 거대한 안테나와 고출력 송신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프로젝트 생귄에선 미국 북부 위스콘신주에 안테나 케이블을 묻어 800메가와트에서 작동하는 거대한 고출력 송신소를 건설했다.

송신기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에 건설됐다. 화강암 암반에 박힌 나무기둥에 붙어 있는 안테나 길이는 22∼44km로 통전하는 ELF를 발신하는 거대한 자기장이 생성됐다. 다시 말해 거대한 암반을 통쨰로 무신 통신용 안테나로 사용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ELF에 의한 잠수함 통신 시스템은 반전단체나 환경단체로부터 예산 낭비라든지 전자파가 주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다는 반대를 받게 된다. 또 미국 북부에 건설한 거대한 송신기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반도 앞바다 수심 122m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지만 대역폭이 매우 낮기 때문에 3문자 단축 암호를 전송하는데 15분이나 걸려 버린다. 또 통신 기술 발전을 통해 공중에 있는 거대한 수송기를 중계소로 삼고 VLF나 HF에 의한 통신을 하는 방법이 확립되면서 ELF에 의한 통신 시스템은 2004년 폐지됐다.

현대 수중 통신 기술은 더 발전하고 있다. 2020년 6월 발표된 논문에선 라즈베리파이를 포함한 기성품 구성 요소와 LED, 레이저를 이용해 수중에 인터넷 무선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인 아쿠아파이(Aqua-Fi)가 발표됐다.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선 방수 스마트폰과 파란색-녹색 레이저를 이용해 2.11Mbps라는 속도로 스카이프 통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쿠아파이는 잠수함 네트워크로 미래에 응용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는 물론 어렵지만 이런 시스템이 지원할 수 있는 건 바다 속 전쟁에 국한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전력 부표에 의해 아쿠아파이 액세스 포인트를 만들어 다이버와 원격 조작 해저 탐사선을 인터넷에 항상 연결해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해양 생물학이나 지질학, 자연보호,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등에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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