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매월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에어컨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됐고 에어컨 총 대수는 2050년까지 3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런 에어컨이지만 처음에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한다.
에어컨의 기원은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 무렵 뉴욕 블루클린에 있는 컬러 인쇄 공장에선 더위와 습기로 인쇄가 엉망이 되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인쇄기는 1색씩만 인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몇 번이나 용지를 인쇄 기계에 투입해야 했지만 습기 등 영향으로 조금만 차이가 발생해도 인쇄 실수가 잦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공장 측은 발명가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에 의뢰해 실내를 냉각,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냉각 장치를 개발했다. 장치 냉각 능력 절반은 증발열을 이용한 기계식 냉각에, 나머지 절반은 차가운 우물물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 냉각장치는 에상대로 효과를 발휘한 건 아니지만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하면서 1906년 공기 처리 장치 특허를 취득했고 1911년 논문(Rational Psychrometric Formulae)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상대습도와 절대습도, 공기 중 수증기가 물체 표면에서 결로가 될 때의 온도인 노점온도 개념을 접목한 것으로 에어컨의 기본 이론을 제시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에어컨은 잠시 동안 인쇄, 섬유, 필름, 식품 공장 등에서만 사용됐다. 하지만 1920년대 아파트나 영화관 등 대형 상업 시설에 도입된다. 이어 1932년에는 처음으로 창문에 장착한 에어컨(THORNE ROOM AIR CONDITIONER)이 등장해 가정에서도 에어컨을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939년 시작된 제2차세계대전을 통해 편안함을 목적으로 한 에어컨은 전쟁에는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지된다.
제2차세계대전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에어컨은 이후 순조롭게 보급됐고 1990년대에는 미국 전체 가구 중 70%에 에어컨이 쓰이게 됐다. 최근 보급률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에어컨 등장 이후 1세기 가까이 지난 2019년 시점에서 전 세계에서 작동 중인 에어컨은 16억 대로 추산되며 이 중 절반은 중국과 미국에 있다.
하지만 에어컨은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2018년 개발도상국 소득 증가에 따른 에어컨 구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등 더운 지역에서의 인구 증가 등을 이유로 에어컨이 급증하는 냉방위기(cold crunch)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에어컨 수가 증가하면 소비전력도 증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지만 사태는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 미국 본토 최남단인 플로리다보다 여름 평균 기온이 훨씬 높은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거주하는 2억명 전원이 에어컨을 사용하게 되면 미국 전체 2배 이상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인도와 중국은 석탄화력발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에어컨 보급으로 전력 수요가 오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직결되어 버린다.
기온 상승과 소득, 인구 증가는 에어컨의 급속한 증가를 방지하기 어렵게 한다. 더 나은 도시 계획과 스마트한 건물 디자인, 새로운 에어컨에 대한 엄격한 에너지 절약 기준을 정해 소비전력 증가를 완만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