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실업수당 신청자가 사상 쵱악인 1,680만 명에 달하지만 업무 시스템 충돌로 화석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코볼(COBOL)을 다룰 수 있는 고참 프로그래머가 현장 최전선에 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코볼은 1959년 그러니까 인터넷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 메인프레임 시대에 태어난 컴퓨터 언어다. 완전 자동 방식이 아닌 수동으로 수행하는 작업 등 일찍부터 죽어가는 언어라고 불렸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개발팀 자체도 개발 이듬해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농담처럼 코볼의 묘비를 만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 은행 시스템 중 43%, 대면 거리 80%, ATM 95%는 코볼을 쓰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선 코볼을 사용하는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시작한 코볼카우보이(COBOL Cowboys)라는 컨설턴트 기업까지 있다. 사내에선 50대가 가장 젊은 직원이라고 한다. 이들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에 따르면 포춘500대 기업 중 90%는 여전히 코볼 시스템을 이용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코볼일까. 금융이나 정부기관 업무 시스템은 365일 24시간 리스크가 큰 업무를 취급하는 거대 조직이기 때문에 대체가 쉽지 않다. 더구나 코볼에서 자바로 전환하려면 방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2012년 전환한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경우 5년에 이르는 시간과 10억 달러를 들여야 했다.
그 뿐 아니다. 영국 TSB은행은 탈 코볼 이후 며칠 동안 업무 정지로 3억 3,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사업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스템 교체 와중에 사기를 노린 타깃이 되어 4,910파운드 피해를 봤고 고객 불만 20만 4,000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신규 채용 1억 2,200만 파운드, 고객 보상 1억 2,500만 파운드 감소가 나타나고 결국 행장이 사임해야 했다. 심지어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걸 보면 함부로 마이그레이션을 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질질 미루는 사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기 부양책 발동, 수당 청구 트래픽이 몰려오면서 레거시 시스템이 곳곳에서 충돌했고 문제가 발생하자 곳곳에서 코볼 사용 가능한 사람을 찾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실업수당 시스템에 코볼을 사용하는 미국 내 주는 최소한 12개이며 IBM은 코볼 무료 강좌를 공개하고 행정·금융기관에 코볼 프로그래머 인재를 소개하는 지원을 시작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주는 고용보험위원회가 30년 전 메인프레임을 지금도 사용 중이며 프로그래밍이 어려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고 뉴저지는 지사가 직접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한 코볼 프로그래머를 급구한다고 발표했다. 코네티컷 역시 코볼 프로그래머에게 6주간 실업수당 교부 처리를 위탁했고 플로리다는 신청이 너무 많이 급히 종이에 접수를 받기도 한다. 콜로라도는 앞으로 1∼2개월이면 마이그레이션을 끝내고 코볼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