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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염…슈퍼전파자는 왜 생기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늘면서 바이러스 감염 매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감염증역학센터 엘리자베스 맥그로우(Elizabeth McGraw) 소장이 일반인보다 많은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슈퍼전파자(super-spreader)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월 25일 임페리얼칼리지런던 MRC 글로벌 감염분석센터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을지 바이러스 능력을 나타내는 지수인 기초재생개수(Basic reproduction number)에 대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2.6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1명은 2.6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걸 의미한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 우한에선 의료 감염자 14명이 1명에게도 감염됐다고 한다. 이 감염자처럼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감염을 전염시키는 사람을 슈퍼전파자라고 한다. 맥그로우 소장은 병원체 성질과 감염자 체질, 감염자 행동, 감염이 확대됐을 때의 상황 등 여러 결합이 이뤄지면 사람은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다른 면역체계를 갖고 있으며 특정 질병에 감염되어도 병이 들지 않기도 한다. 좋은 예가 장티푸스 메리라는 별명을 들었던 메리 말론(Mary Mallon)이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장티푸스가 유행했을 때 말론도 장티푸스에 감염됐다. 하지만 말론은 병원체에 감염되어도 발병하지 않는 무증상성 경력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더부살이 요리사로 계속 일했다. 말론은 아이처럼 선량한 인품과 요리 능력으로 인정받았지만 이런 체질과 직업 때문에 결과적으론 51명을 장티푸스에 감염시키게 됐다.

2002∼2003년까지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사스(SARS)도 확산에는 슈퍼전파자가 크게 관여했다. 2003년 1월 생선가게에서 일하던 남성이 광주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 병원에서 의료 관계자 30명에게 사스를 노출시켰고 이 때 감염자 중 의사가 류 지안룬(Liu Jianlun)이다. 2003년 2월 지안룬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 홍콩 메트로폴 호텔에 숙박했고 같은 층에 숙박하던 여행자에게 사스를 감염시켰다. 감염된 사람들은 각각 캐나다와 베트남, 싱가포르로 이동해 각국으로 감염이 확대됐다. 원인이 된 지안룬은 3월 19일 사망했다.

당시 감염을 확대한 원인은 엘리베티어에서 지안룬과 함께 탄 손님이 그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바이러스를 흡입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조사를 통해 진짜 원인은 복도 카펫이라는 걸 발견했다. 지안룬이 숙박하던 호텔에서 숙방한 방 앞쪽고 엘리베이터, 홀 등에 있는 카펫이 사스 바이러스에 의해 오염되어 있었던 것. 지안룬처럼 방문한 곳이 문제가 된 슈퍼전파자는 상당히 많다. 미국에서도 지난 20년간 홍역 감염자가 학교나 병원, 비행기, 테마파크 등 사람이 많은 곳을 가서 감염이 확대되기도 했다.

또 실제 거리도 슈퍼전파자를 낳는 요인 중 하나다.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는 병원에서 다수 의료 관계자로 감염이 확대됐다. 삼성의료센터 연구팀은 의료센터에 옮겨진 메르스 환자 14명과 같은 곳에 입원한 환자 중 20%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감염자 행동을 분석한 결과 의료 관계자의 메르스 감염 위험은 6%, 외부 방문자의 메르스 감염 위험은 2%로 산정했다. 연구팀은 감염자와 물리적 거리가 메르스 감염 위험에 영향을 줬다고 결론을 내렸다.

맥그로우 소장은 모든 감염에서 감염자 중 20%가 80% 이상 2차 감염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슈퍼전파자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는 예방 접종 외에 마스크 착용과 손 씻시 등을 꼽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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