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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이 만든 신종광석, 트리니타이트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미국이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투하하면서 사상자와 피폭자가 발생했다. 이런 원자폭탄 실전 투입 전에 이뤄진 핵 실험이 트리니티다. 이 실험에서 탄생한 인공 광물이 바로 트리니타이트(Trinitite)다.

제2차세계대전 중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는 나치독일 등에 대항하기 위해 원자폭탄 제조를 목표로 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책임자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1945년 7월 마침내 세계 첫 원자폭탄 실험을 실시한다.

트리니티라고 명명한 폭발 실험이 이뤄진 곳은 뉴멕시코주 소코로(Socorro)라는 도시에서 남동쪽 48km 지점에 만든 실험장. 연구팀은 가제트라고 명명한 원자폭탄을 20m 높이 철탑 위에 설치했다. 실험은 당초 7월 16일 오전 4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뇌우 탓에 중단하고 날씨가 호전될 때까지 기다렸다.

날씨가 안정되자 7월 16일 오전 5시 30분쯤 원자폭탄 기폭장치를 이용해 폭발시켰다. 야구공만한 크기 밖에 안 되는 플루토늄 구체에서 일어난 핵 연쇄반응은 TNT 환산 1만 9,000톤에 해당하는 폭발력을 보여 철탑 발판까지 증발하고 버섯구름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 중 생성된 분화구 안에선 주로 규산염으로 이뤄진 사막 모래가 녹아 밝은 녹색 유리처럼 변화했다. 핵 실험장에 수많은 유리가 남았지만 처음에는 실험 결과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이 녹색 유리가 유명해진 건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방문자는 녹색 유리를 트리니티 실험장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1945년 9월 기사에서 녹색 비취의 호수와 유리가 산란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유리에 정해진 명칭은 없었고 근처 도시인 앨라모고도(Alamogordo)의 이름을 따 앨라모고도 유리라고 불렀고 원자폭탄에서 이름을 딴 아토믹사이트라고 하기도 했지만 곧 트리니티에서 유래한 트리니타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서 의문은 도대체 왜 핵폭발 실험 명칭에 기독교의 가르침인 트리니티, 그러니까 삼위일체를 붙였냐는 것이다. 트리니티라는 명칭을 만든 건 오펜하이머였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군사 책임자였던 레슬리 그로브스(Leslie Richard Groves)는 나중에 오펜하이머에게 왜 트리니티라는 이름을 썼냐고 편지로 물었다.

이에 대해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왜 이 이름을 붙였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그는 하지만 당시 자신의 머리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6∼17세기 영국 시인인 존 던(John Donne)이 죽기 전 남긴 자신이 좋아하는 시라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구절(As West and East / In all flat Maps – and I am one – are one / So death doth touch the Resurrection)을 인용한 것이다.

이 구절을 인용한 오펜하이머는 이것만으로는 삼위일체가 되지 않지만 존 던이 쓴 유명한 찬양시 구절(Batter my heart, three person’d God)이 있다면서 더 이상 단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오펜하이머가 정말 트리니티라고 명명한 유래를 자신도 몰랐거나 아니면 일부러 핵심을 언급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트리니티 실험장에 남은 녹색 유리에도 트리니타이트라는 이름이 붙었고 당시에는 신종 광석으로 마니아 사이에서 유통되기도 했다.

1940∼1950년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실험장에 들어가서 트리니타이트를 채취했다. 하지만 미군은 1952년 실험 장소를 매립했고 트리니타이트 채취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법에 저촉되기 이전에 채취한 트리니타이트 소지나 거래는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도 현지 혹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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