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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 느끼는 의수’ 시대 열릴까

미국 유타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의수 루크(Luke)는 아버지와의 격투 중 오른손을 잃은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의수의 가장 큰 특징은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도 촉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이나 팔, 동시에 촉각을 잃은 사람이라면 지금까지는 의수를 달아도 촉각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물론 의수를 통해 촉각을 되찾게 하려는 시도가 지금까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극히 한정된 촉각을 재현하는데 그치고 때론 실수로 촉감을 전달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루크는 혁신적인 의수를 통해 얻은 촉각을 직접 뇌로 전달한다. 계란이나 포도 등 루크를 통해 전기신호가 뇌에 전달되며 뇌가 힘 조절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상실험 참가자는 2017년 처음 루크를 장착하곤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느꼈던 촉각을 느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고 한다. 그는 17년 전 사고로 손과 부분적으로 팔을 잃었다.

루크는 유타대학 연구팀을 비롯해 세그웨이 개발자인 딘 카멘이 이끄는 데카리서치앤디벨롭먼트(DEKA Research & Development) 등이 15년 세월에 걸쳐 개발한 것이다. 이 의수는 외부 배터리와 컴퓨터에 연결해 이용한다.

유타대학 연구팀은 의수와 사용자의 신경회로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USEA(Utah Slanted Electrode Array)로 명명했다. 이 인터페이스는 수술을 통해 수백 개에 이르는 전극을 신경 섬유와 삽입해 의수와 뇌를 직접 연결한다. USEA를 통해 생각한 대로 움직임을 의수에 전달하고 자신의 의지로 의수를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전극을 몸속에 삽입한 건 몇몇 친한 친구와 방안에 있지만 각자와 친밀하고 독립적인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반면 전극을 몸밖에 두면 큰 경기장 밖에 서서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 것과 같다.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이 여기에 응해도 외부에 있는 사람에겐 그저 군중이 웅성거리는 것 밖에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임상실험 참가자는 2016년 수술을 통해 USEA를 체내에 삽입하고 14개월간 대학 연구소에 다니며 임상실험에 도전했다. 루크를 붙인 상태에서 USEA를 가동하면 루크로 만졌을 때 감촉을 느낄 뿐 아니라 이게 물체인지 부드러운 것인지까지 알게 됐다고 한다. 감도 덕에 포도열매를 한알씩 집거나 부서지게 쉬운 상자를 올리고 베개를 커버 안에 넣는 등 난이도가 높은 동작도 쉽게 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연구팀이 주목한 건 그의 감정적 반응이었다. 실험 중 다른 뭔가를 해보고 싶냐고 물으니 그냥 간단하게 손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말대로 루크를 장착한 손을 잡자 참가자는 사고로 손을 잃은 이후 처음으로 완전한 자신을 의식하게 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유타대학 연구팀은 학술지 사이언스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논문을 발표했다.

루크는 뛰어난 의수지만 한계가 있다. 인간의 팔을 움직이는 신경섬유는 USEA 전극보다 수가 훨씬 많다. 이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건 무리라는 얘기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촉각이 돌아오면 환자에 대한 혜택은 많다. 헛통증 빈도나 증상 완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디자인 개선을 할 예정이다. 루크의 모바일 버전을 만들고 가정용 기기 개발도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USEA 전극을 무선화해 사용자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끌어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루크가 상품화되려면 빨라도 몇 년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첨단 의수가 미래에 판매된다면 필요한 환자에게는 큰 힘이 될 건 분명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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