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박테리아로 모기 근절시킨다?

모기는 불쾌한 가려움을 일으킬 뿐 아니라 최근에는 모기에 의한 뎅기열 매개체 우려도 있는 등 방역 관점에서 모기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기 번식을 없애는 박테리아에 의해 모기를 거의 근절시킬 수 있었다는 논문이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어 눈길을 끈다.

모기를 제어하는 방법으로는 지금까지는 살충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취하거나 방사선으로 불임화한 수컷 모기를 방출하는 방법 같은 걸 연구해왔다. 하지만 살충제를 이용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방사선으로 수컷 모기를 불임시키는 건 생식능력이 저하될 뿐 효율이 나빠 놀라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미시간주립대학 연구팀이 자연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모기를 94% 줄이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실험에 이용한 박테리아는 올바키아 피피엔티스(Wolbachia pipientis)라는 공생 세균으로 모기를 포함한 절지동물 체내애 높은 확률로 존재하고 있다.

연구팀이 올바키아 피피엔티스에 주목한 건 감염된 이 박테리아는 자신과 같은 감염되지 않은 암컷의 번식을 억제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 미트콘드리아처럼 모계 전파를 하는 올바키아 피피엔티스는 자신과 같은 감염되지 않은 암컷 임신을 방해하도록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험을 실시한 중국 광저우에 있는 작은 섬에는 모기 2종이 이미 올바키아 피피엔티스에 감염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구팀은 수컷 모기를 다른 지역 1헥타르당 16만 마리를 방출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모기를 94%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올바키아 피피엔티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새로운 건 아니다. 브라질에선 2014년 뎅기열 감염을 억제할 목적으로 올바키아 피피엔티스에 감염된 모기를 방출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방출 모기에 올바키아 피피엔티스 감염 암컷이 섞여 있으면 자칫 올바키아 피피엔티스 감염이 확대되어 번식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이 파탄나는 문제가 있었다. 암컷 번데기는 수컷 번데기보다 크기 때문에 99%는 기계적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나머지 1%는 인간의 육안에 의지할 수 없고 비용이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저선량 방사선을 조사해 수컷 생식 능력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암컷 모기만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저비용으로 확실하게 올바키아 피피엔티스에 감염된 수컷 모기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이용하는 방법과 모기가 알을 낳는 물을 버리는 방법으론 더 이상 모기를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모기는 이미 일반 살충제에 내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의 눈이 닿지 않은 장소에서도 번식할 수 있기 때문. 올바키아 피피엔티스를 이용한 방법은 어떤 지역 모기가 특정 올바키아 피피엔티스에 감염되지 않은 게 조건이기 때문에 대규모 공중 보건 대책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연구는 모기 매개체 감염 위험을 줄이는 에방 차원에서는 유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