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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트럼프 식사 후…H20 中 수출 규제 철회

엔비디아 젠슨황 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저인 마라라고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직후 엔비디아 AI 칩인 H20을 중국에 수출하는 걸 금지하는 규제안이 보류됐다고 보도됐다.

H20은 수출 규제에 저촉되지 않도록 성능을 억제해 설계된 중국 전용 AI 칩으로 엔비디아에게 중요한 시장인 중국에 미국 기업이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최첨단 AI 칩이다.

H20은 2024년에만 100만 개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국에서 인기였지만 그만큼 이전부터 H20도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해졌다. 또 지난 1월 중국 AI 기업이 대규모 언어 모델인 DeepSeek R1을 출시하고 그다지 고성능이 아닌 AI 칩으로 미국 최첨단 모델에 필적하는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H20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AI 분야에서 미국 우위가 흔들리는 상황이 되면서 트럼프 정권이 H20 규제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가속화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 젠슨황 CEO는 4월 초 트럼프 대통령 저택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 만찬 참가비는 1인당 100만 달러라고 한다. 이어 언론에 따르면 4월 9일 만찬 이후 미국 정부가 H20 칩에 관한 방침을 전환하고 추가 규제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보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H20을 대상으로 한 수출 규제 준비를 진행했으며 빠르면 4월 둘째 주 중에 발동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정보원은 이번 방침 전환은 엔비디아가 트럼프 정권에 대해 미국에 설치될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약속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계속해서 중국에 H20을 수출하는 걸 트럼프 정권이 용인한 건 중국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가 경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H20 같은 칩은 성능을 낮추도록 특별히 개량되어 중국 판매가 합법이 됐지만 대부분 중국 국산 칩보다 우수하다면서 중국은 아직 필요한 만큼 반도체를 국내에서만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엔비디아 제품 칩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의회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에서 수석위원을 맡고 있는 라자 크리시나무르티 의원은 실망감을 표명하며 수출 규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지만 미국에는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면서 규제를 회피하도록 설계된 칩 수출을 규제할 수 없는 날은 적대국이 미국을 물리치기 위해 비축량을 늘릴 수 있는 날들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새롭게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은 75개국 이상에 대한 추가관세의 90일간 일시 중단과 상호관세 10%로의 즉시 인하를 승인했다. 이런 대응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소셜에 게시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를 둘러싸고 75개국 이상으로부터 상무부, 재무부, 미국 무역대표부 등에 해결책에 관한 협상을 요구하는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연락해 온 국가가 미국에 대해 어떤 보복조치도 취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추가 관세를 90일간 일시 중단 및 기간 중 상호관세 10%로의 즉시 인하를 승인했다고 한다.

추가 관세 일시 중단 조치를 받아 나스닥은 주가가 전체적으로 12% 상승하는 과거 2번째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엔비디아 주가가 19% 상승했으며 애플도 1998년 이래 최고인 15% 상승, 메타도 마찬가지로 15% 상승, 아마존은 12% 상승,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10% 상승했다. 이들 IT 기업은 관세 조치 발표가 있었을 때 큰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는 전 세계 시장에 대해 경의가 부족한 태도를 보여 왔다며 엄격한 자세를 보이며 추가 관세를 125%로 인상했다고도 발표했다. 중국 정부 역시 4월 9일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34%에서 84%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렇게 관세 정책이 거의 매일 바뀌면서 아마존이 선제적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따르면 중국산 비치체어를 판매하던 한 판매업자가 주문이 잘못 이뤄졌다는 이유로 아마존으로부터 주문 취소 통보를 받았고 이에 따라 제조사에 대한 미지급 금액을 정산한 뒤 새로운 구매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해당 판매업자는 아마존이 이런 식으로 주문을 취소한 전례는 없다고 밝혔다.

아마존 전 벤더 매니저 스콧 밀러에 따르면 문제가 된 비치체어 외에도 중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여러 제품에 대한 주문이 사전 경고 없이 취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 취소를 경험한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은 재고로 남은 상품을 관세 부담이 적은 국가에서 판매하거나 다른 소매업체와 협력하는 것뿐이라며 결국 부담은 도매업자가 지게 된다고 언급했다.

현재까지 아마존은 아시아산 도매 주문 취소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아마존에는 중국산 저가 전자제품, 오디오 기기 등 다양한 상품이 존재하며 이런 제품을 미국 도매업자가 수입할 경우 최대 125%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매업자는 구매 당시 가격과 비교해 실제 비용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취소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아마존 내 제품 가격이 급등하거나 특정 상품 취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상호 관세 영향으로 애플은 아이폰 외에도 많은 고가 제품을 관세 발동 전에 수입하기 위해 분주했다는 보도가 나오거나 델, 마이크로소프트, 레노버, HP, 에이수스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애플, 델, 마이크로소프트, 레노버 같은 기업은 3,000달러를 초과하는 가격대 PC 등 가능한 많은 고급 기기를 미국으로 공수하도록 공급업체에 압력을 가했다. 애플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기업 임원은 고객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가전 제품을 제조해 공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부품과 자재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이에 신규 관세 도입까지 1주일이 채 남지 않아 출하할 수 있는 수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긴급 대응에 쫓긴 것은 공급업체 뿐만이 아니다. 한 국제 항공 운송회사 매니저는 미국 시간 4월 8일까지 모든 관세 절차를 마쳐야 하므로 아시아에서의 항공편 수를 늘려달라는 긴급 요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제조업체 대응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음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HP는 처음에 공급업체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예정된 출하 계획을 진행하라고 통보했지만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정을 번복하고 며칠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기기를 출하하도록 재촉했다. 또 가능한 관세 영향이 적은 중간 운송 거점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한 공급업체 임원은 그동안 베트남을 선택해 온 많은 고객이 최근 며칠간 자사에 전화해서 필리핀 관세는 단 17%이므로 필리핀 공장 제품 출하를 도와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상호 관세에서 베트남 관세는 46%로 상당히 높은 세율로 설정됐다.

마찬가지로 HP는 중국이나 태국보다 관세가 낮은 멕시코에서의 생산을 늘리도록 공급업체에 요청했으며 일부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사정에 밝은 관계자가 밝혔다.

한편 델은 베트남 당국에 미국 정부와 협상하도록 촉구했다. 기업 요청을 받은 게 이유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4월 5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제로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표명했으며 4월 10일에는 미국과 무역 협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막판 대응을 포기하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일부 공급업체에 2025년 2분기와 3분기 스마트폰 부품 주문을 줄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정할 의향이라고 전했다. 또 닌텐도는 관세로 인한 잠재적 영향과 시장 환경의 변화를 지켜본다며 미국에서의 닌텐도 스위치 2 예약 개시를 연기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이자 미국과 격렬한 보복 관세 응수를 하고 있는 중국 기업인 레노버는 미국 관세가 계속될 경우 국내 시장이나 중국과 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1:1로 국가, 유럽 시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사내 팀에 지시했다고 사정에 밝은 임원이 밝혔다.

또 에이수스는 이미 충분한 재고를 확보했다며 많은 제조업체와는 반대로 미국으로의 출하를 중단하도록 공급업체에 지시했으며 앞으로는 신흥 시장과 아시아 태평양 국가, 유럽 시장을 우선할 의향을 전달했다.

레노버, HP, 델, 아수스와 거래하는 공급업체 임원은 아직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뭔가를 결정해도 24시간이나 48시간, 또는 72시간 이내에 재검토하거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러 고객으로부터 아태 지역, 중동, 유럽과 같은 미국 이외 시장에 중점을 옮기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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