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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 제소된 앤트로픽, 금지 명령 기각된 이유는?

최근 AI 기술의 빠른 발전에는 광범위한 데이터세트로 훈련된 대규모 언어 모델이 필요하지만 훈련은 웹 스크래핑을 통해 권리자 허락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종종 권리 관계가 문제시되고 있다. AI에 포켓몬을 플레이하게 하는 클로드플레이포켓몬(ClaudePlaysPokemon) 등으로 유명한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은 2024년 6월 음악 업계 단체로부터 저작권으로 보호된 가사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제소됐지만 재판 결과가 3월 공개됐다.

미국 재즈 레코드 회사인 콩코드 레코드와 미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음악 회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등 음악 회사가 공동으로 앤트로픽에 대한 소장을 2024년 6월 26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 법원에 제출했다. 소장에는 앤트로픽이 내놓은 채팅 AI인 클로드로 생성된 가사 예가 기재되어 있으며 최대 수백만 달러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소송을 받은 앤트로픽은 AI 훈련에 가사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공개된 음악이나 향후 만들어질 음악 가사는 인터넷상에서 입수 가능하기 때문에 훈련 데이터로 사용하는 걸 완전히 제한하기는 어렵고 앤트로픽은 공정 이용 범위 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챗GPT 등으로 알려진 AI 기업 오픈AI도 유사한 주장을 했으며 저작권으로 보호된 작품을 AI 훈련에 이용하는 게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으면 AI 경쟁은 종료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소송에서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 챗봇이 가사를 완전히 재현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도했던 게 아니라 전적으로 우연이라고 앤트로픽 측은 주장했다. 앤트로픽은 그런 직접적인 저작권 침해 등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을 항상 설치해 왔다며 만일 과거 그런 대책이 실패한 예가 있었다면 그건 제품 기능이 아니라 버그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지방 법원 판사는 양측 주장을 검토한 뒤 음악 회사 단체가 요구한 앤트로픽 AI에 대한 가처분 금지 명령 요청을 3월 28일 기각했다. 판사는 가처분 금지 명령은 특별한 구제 조치이며 그 중에서도 원고가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입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건에서는 챗봇이 가사를 그대로 공개해 버리는 출력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로 해결됐고 훈련을 문제시하는 입력에 대해서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로 간주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 측 주장이 기각됐다.

마찬가지로 음반사는 저작권으로 보호된 가사를 앤트로픽이 사용해 AI 기업에 가사를 정식 라이선스로 판매하거나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 AI 라이선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판사는 이를 세부 사항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설득력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만일 음반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그 손해는 반드시 회복 불가능한 건 아니며 손해는 향후 손해 배상금으로 대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가처분 금지 명령 등 특별한 조치는 필요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 법원이 지적한 문제 중 하나로 요청된 금지 명령의 범위가 있다. 금지 명령 대상이 되는 가사는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고 향후 발매할 음악 모든 가사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앤트로픽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가사 라이브러리 사용을 방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으며 판사는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 요청된 금지 명령에 포함된 저작물 범위는 방대하고 계속 확대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집행 가능성과 관리 가능성에 관해 중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은 피고가 제3자에 의한 저작권 침해를 조장했다는 기여 침해, 피고가 제3자의 저작권 침해로부터 이익을 얻었다는 간접 침해, 저작권 정보를 삭제하거나 변조했다는 저작권 관리 정보 삭제에 대한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며 법원은 그 모든 신청을 인정했다. 그 중에서도 기여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주장에 중요한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됐으며 음반사가 직접적인 저작권 침해 피해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지 않은 게 결함으로 지적됐다. 음반사는 법원 명령으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장을 수정해 소송 결함에 대처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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