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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에서 제외한 이유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1월 29일 비트코인법이 개정되어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 법정통화에서 제외됐다.

엘살바도르는 2019년 취임한 나입 부켈레 대통령 하에서 독재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으로 치안을 크게 개선시켜 주목받았다. 또 부켈레 대통령은 강력한 비트코인 추진파로 2021년 9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하는 법률이 시행됐다.

하지만 국제 금융 안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에서 제외할 걸 요구해왔으며 엘살바도르 국민 사이에서도 비트코인이 그다지 보급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정책을 크게 바꾸게 된 건 2024년 12월 IMF와 체결한 14억 달러 융자 계약이다. 융자 계약을 실현하려면 IMF와의 합의를 준수해야 했기에 엘살바도르 의회는 1월 29일 비트코인으로의 거래나 채무 지불을 수용할 의무를 해제한다는 법 개정을 통과시켰다.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엘살바도르 중앙은행 전 총재인 카를로스 아세베도는 누군가가 당신에게서 돈을 빌리고 비트코인으로 지불하고 싶다고 할 경우 당신은 비트코인으로의 지불을 거부할 수 있다며 만일 비트코인이 진정한 법정통화라면 수취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듯 법정통화로서의 중요한 조건인 지불 수용 의무가 없어지므로 이번 법 개정은 사실상 비트코인을 법정통화의 지위에서 제외하는 게 된다.

부켈레 대통령은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을 보급하려 시도했지만 중앙아메리카 대학이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엘살바도르인 92%가 거래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에 거주하는 한 55세 간호사는 자신은 비트코인을 사용했지만 복잡하고 위험이 높아서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급여로 겨우 생활하는 피고용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정된 법률 하에서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가 유일한 법정통화가 되며 비트코인 사용 수용 여부는 민간 부문 재량에 맡겨지게 된다. 한 경제학자는 비트코인은 더 이상 법정통화로서의 효력이 없다며 원래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하려 했지만 정부가 강요해도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주미 대사인 밀레나 마요르가는 1월 30일 행사에서 법 개정은 상황에 대한 적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켈레 대통령은 계속해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사무소가 있고 비트코인법이 있으며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엘살바도르 국가 비트코인 사무국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6,050BTC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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