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가 2월 4일 전3부작 회고록 첫 작품인 소스코드 : 나의 시작(Source Code: My Beginnings)을 발표한다. 이 회고록 출간에 맞춰 인터뷰가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보도에선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 업계 거물들 중 정치 성향이 우익으로 편향된 인물이 적지 않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좌익 성향을 가진 게이츠가 돋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자신은 항상 실리콘밸리가 중도 좌파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중도 우파 그룹이 커졌다는 사실은 자신에게는 놀라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테크노 옵티미스트 그러니까 기술 낙관주의자지만 SNS 발전으로 정치적 분열 가속화와 같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또 암호화폐와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IQ가 높은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I에 대해서는 게이츠 본인도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이후 혁명적인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금 AI를 사용하는 나쁜 이들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사용 방법에 따라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를 전개해 1990년대 크게 성장했지만 한편으로 게이츠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녔고 1998년에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됐다. 하지만 최근 게이츠는 자선사업에 수십억 달러 기부를 하고 있으며 큰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과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지 않아 게이츠에 대한 반감이 누그러지고 있다. 한 기술 분석가는 다른 권력을 가지고 강권적이 되는 억만장자와 비교해 빌 게이츠는 성인과 같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도에선 게이츠가 2021년 전처 멀린다와 이혼했으며 성매매 알선으로 기소된 제프리 엡스타인 피고와의 교제가 거론되는 등 몇몇 사건으로 평판이 떨어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직을 사임하기 전 마이크로소프트 간부로부터 여성 직원에게 부적절한 이메일을 보내는 걸 중단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는 것도 보도됐다.
게이츠가 출연한 2024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What’s Next? 빌 게이츠와 생각하는 미래의 전망’에서는 4회에서 부유층은 사회에 필요하냐는 주제를 다뤘다. 그 중에서 게이츠는 민주사회주의자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에게 당신은 너무 돈이 많아졌냐고 질문했으며 이런 부에 대한 자기비판적인 언급은 억만장자로서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게이츠는 억만장자를 불법화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은 편향됐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세금을 억만장자로부터 징수하는 누진적인 과세에는 찬성하고 있다. 게이츠는 자신이 지금까지 납부해 온 세금을 소비세를 제외하고 140억 달러 정도로 계산했지만 더 나은 누진과세제도가 있었다면 그 금액은 400억 달러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게이츠는 비정치적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처음으로 재정적인 관여를 했으며 민주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를 지지하는 주요 외부 자금 조달 그룹에 5,000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해 게이츠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의향이 없다고 한다. 한편 게이츠는 트럼프 대통령과 3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며 HIV와 소아마비 등 건강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게이츠는 자신은 첫 트럼프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가능한 한 정권에 관여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억만장자의 어린 시절이라고 하면 뭔가 극적인 사건이 있거나 신동적인 에피소드가 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게이츠가 1960년~1970년대에 시애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본질적으로 드라마틱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그리고 그 일이 경쟁심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게 없다고 게이츠는 말했다.
한편 게이츠의 어머니는 당시 상류층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었으며 비영리단체 자금조달 캠페인인 유나이티드 웨이의 킹카운티 지부에서 첫 여성 대표를 맡았다. 게이츠는 어머니는 자신에게 너무 강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머니는 식사 예절과 생활태도에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게이츠는 그런 어머니 생각에 반발하는 일도 많았으며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프로그래밍에 몰두하곤 했다고 한다. 6학년 때 게이츠는 며칠 동안 식사와 학교 시간 외에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부모 지시에 아무것도 따르지 않는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게이츠는 메리가 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게이츠는 자신은 어머니의 기대를 뛰어넘고 싶었다며 그녀는 항상 장애물을 높이는 게 매우 능숙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10대의 자신에 대해 만일 현대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면 자폐스펙트럼증으로 진단받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은 게이츠는 자신이 가진 자폐증적인 경향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우위성을 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자서전의 끝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립된 시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스프레드시트와 데이터베이스, 워드프로세싱은 현대에서 보면 원시적인 도구였지만 사용자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하지만 당시의 게이츠 등은 미래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일에 대한 마이너스 면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에도 게이츠는 오랫동안 테크노 옵티미스트로서의 입장을 취해왔다. 2017년에는 이스라엘 철학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의 저서 호모 데우스를 읽고 그 안에서 경고되고 있는 엘리트와 대중 간 격차 확대에 대해 이 미래는 정해진 게 아니라고 비판적인 리뷰를 했다.
하지만 현대인의 기술 의존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하라리의 최신 저서 NEXUS 정보 인류사를 읽은 게이츠는 하라리는 정보가 늘어나는 게 항상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자신 같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그가 맞고 자신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하며 기술 발달이 나쁜 영향을 가져왔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게이츠는 하라리에게 사과한 건 아니며 여전히 기술의 힘과 좋은 점을 믿고 있다. 그 위에서 어머니가 전한 예의 바르게 하는 것, 좋은 일을 하는 것, 너무 빠져들지 않는 것이라는 교훈이 아직도 게이츠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