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풍부한 곳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실 때 공기가 맛있다고 느낀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오염물질이 적은 공기를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호주 뉴캐슬 대학 환경생명과학부 강사인 플라비아 파예 무어 등은 인간은 식사 뿐 아니라 공기에서도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은 하루에 9,000리터, 평생 무려 4억 8,300만 리터 공기를 들이마신다. 하루에 몇 번밖에 하지 않는 식사와 달리 호흡은 멈추지 않으며 공기에 포함된 성분은 농도가 낮더라도 조금씩 인체에 축적된다.
공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대부분은 오염물질을 다뤘으며 공기 중 무엇이 유익한가가 아닌 공기 중 무엇이 유해하고 필터링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호흡 한 번에 포함된 영양소가 상당히 적기 때문에 그걸 연구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오래전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신선한 공기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평가되어 왔으며 사람은 직관적으로 신선한 공기가 건강에 좋다고 느껴왔다. 연구팀은 예를 들어 산소는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가 필요로 하는 화학물질이며 엄밀히 말하면 영양소라며 인체는 다른 영양소도 공기에서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팀은 호흡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를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영양소와 구별하기 위해 공기영양소(aeronutrients)라고 부른다. 공기영양소는 코·폐·후각상피 등 냄새를 감지하는 부위·중인두 그러니까 목구멍 안쪽에 있는 혈관 네트워크를 통해 흡수되어 체내로 들어간다. 폐는 장보다 260배나 큰 분자를 흡수할 수 있으며 이런 분자는 그대로 혈류를 타고 체내로 운반된다. 따라서 코카인이나 니코틴, 마취제와 같은 흡입 가능한 약물은 수 초 내에 효과를 발휘하며 경구 섭취 약물보다 낮은 농도로도 작용하는 것이다.
인체가 공기 중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과학적 아이디어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1960년대에는 공기 중 요오드에 노출된 세탁 노동자는 혈액과 소변 중 요오드 농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또 2011년 연구에서는 해조류가 많은 해안가에 사는 아이는 내륙부나 해조류가 적은 해안가에 사는 아이와 비교해 식사 내용은 같은데도 소변 중 요오드 농도가 높고 요오드 결핍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결과는 해조류가 공기 중에 방출하는 요오드가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어 아이의 요오드 부족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호흡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는 요오드 뿐 아니라 망간·아연·콜린·비타민C·칼슘·마그네슘·철분·아미노산 등도 포함된다. 1950년대 발표된 연구에서는 에어로졸화된 비타민B12를 흡입시키는 것으로 비타민B12 결핍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비건이나 고령자, 당뇨병 환자, 알코올 섭취량이 많은 사람 등은 비타민B12가 부족하기 쉽기 때문에 비타민B12를 보충하는 치료법은 중요하다.
공기영양소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점이 많이 남아있으며 우선은 녹지·숲·해변 등 공기 중에 포함된 유익한 성분을 파악하고 그게 공기영양소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에어로졸화된 비타민B12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추가 연구를 통해 비타민D 같은 미량영양소를 에어로졸화해 광범위한 영양결핍증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런 잠재적인 공기영양소를 관리된 실험에서 연구하고, 투여량·안전성·식생활에 대한 기여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비행기·병원·잠수함·우주정거장과 같이 공기가 고도로 여과된 곳에서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어쩌면 공기영양소가 도시화에 따른 현대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발견될 수도 있고 미래에는 영양 가이드라인이 영양소 흡입을 추천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또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에 더해 자연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호흡하며 공기 중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추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