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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사용된 범선 구조는 어떤 모습일까

15세기 중반부터 17세기에 걸친 대항해시대에는 유럽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대규모 항해가 이뤄졌다. 대항해시대에 널리 사용된 갤리온선 구조에 대해 공학 계열 유튜브 채널인 애미마그래프(Animagraffs)가 설명해 눈길을 끈다.

16세기 중반부터 18세기에 사용된 갤리온선은 먼저 선수에서 선미까지 선체 바닥부 전체에 걸쳐 통하는 용골(龍骨)을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늑판이라 불리는 들보를 용골에 고정하고 내용골(內龍骨)이라는 다른 구조재를 위에서 겹친다. 다음으로 선수재와 선미재를 구조물에 부착한다. 각 부품 고정에는 철 스파이크나 못이 사용됐으며 트리네일이라 불리는 나무 스파이크도 박혔다고 한다.

해수와 항상 접촉하게 되는 수중 부분에는 보호를 위해 화이트스터프라 불리는 고래 기름이나 어유, 송진, 유황으로 만들어진 흰색 코팅이 되어 있었다는 게 발견된 그림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갤리온선 선체는 항상 선식충이나 따개비 같은 목재를 먹는 해양생물 공격에 노출되어 있었다. 한편 갤리온선 선체는 안쪽으로 만곡되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텀블홈이라는 구조가 사용됐다고 한다.

배 가장 아래 구역인 선창에는 흘수선상 무게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100톤 이상 밸러스트가 실려 있었으며 빵이나 비스킷, 소금에 절인 소고기, 치즈, 버터, 맥주 등이 적재되어 있었다. 또 선창 중앙에는 선저에 고인 물을 퍼내기 위한 우물도 설치됐다. 더불어 무거운 건 최대한 배 낮은 위치에 둬야 한다는 생각에서 포탄 등을 보관하는 로커도 있었다.

흘수선과 겹치는 갑판은 오를롭 갑판이라 불리며 빵 보관소나 화약, 랜턴 보관소, 돛이나 목재 보관 장소가 됐다고 한다.

잉글랜드 왕국 갤리온선인 골든 하인드에는 구경 3.25인치 세이커 포를 14문 탑재하고 있었다. 포탄 무게는 5.25파운드이며 사정거리는 2,400야드 그러니까 2.2km였다. 선미에는 세이커 포보다 작은 팔코넷 포를 2문 탑재했는데 구경은 2인치이며 사정거리는 1.5km 정도였다.

메인 갑판 위 웨더 갑판에는 대포 2문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조선을 위한 키, 선장과 상급 선원을 위한 집회 장소인 그레이트 캐빈, 구명보트 등이 놓여 있었다.

배의 키로 이미지되는 조타륜은 보급되어 있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는 채찍키라는 키가 사용됐다. 또 조타수는 외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플랫폼에 서서 선원에게 채찍키 조작을 위한 지시를 내렸다.

선수에서 한 단계 높아진 선수루에는 추가적인 회전포가 놓이는 경우가 있었다. 선수 부분에는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선체 최후부에는 사다리로 올라가는 선미루 갑판이 있었고 갑판 아래는 선장실이 되어 있었다.

골든 하인드에는 승무원 80명이 승선하고 있었지만 이들 승무원은 갑판 위에 매트를 깔고 잠을 잤다고 한다. 한편 해먹이 범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7세기 이후라고 한다.

선체에 부착된 마스트 높이는 최대 100m를 넘었으며 전방 마스트를 포어마스트, 중앙을 메인마스트, 후방을 미즌마스트라고 부른다. 전방 2개 마스트는 추진력을 만들어내고 후방 미즌마스트는 균형과 조타에 사용된다. 마스트는 슈라우드와 스테이라 불리는 로프로 지지되며 이 로프는 마스트를 단단히 고정하고 돛이 바람을 받아도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돛은 야드라 불리는 수평 목재에 부착되어 있으며 로프와 도르래 메커니즘을 사용해 상하로 움직일 수 있다. 돛 조정은 바람에 따라 하는 복잡한 작업이지만 선원은 이를 능숙하게 조작해 배를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게 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돛에는 위치 상하를 조정하는 클리트라인, 번트라인이 부착되어 있었으며 돛 하부 각도를 조정하고 펼침 정도를 제어하는 시트라인, 택라인도 탑재되어 있었다.

마티넷이라 불리는 로프로는 돛 측면을 제어하고 바람으로 인한 과도한 부풀어 오름을 억제했다. 또 바람 방향에 대해 최적의 각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 것이 바우라인이다.

보통 선박에는 수상 일정 범위에 머물게 하기 위해 닻이라 불리는 기구가 탑재되어 있다. 골든 하인드에는 길이 3.8m, 무게 1.3톤짜리 닻이 적재되어 있었다. 또 당시 선박 닻에는 표시가 되는 나무 부표가 부착되어 있었다고 한다.

현대에는 전동으로 감아올리는 게 일반적이 된 닻을 올리는 작업은 과거에는 여러 선원 협력 작업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먼저 배는 닻에 선수를 향해 접근하고 선원은 권상기를 사용해 앵커 케이블을 감아올린다. 이어 표시판이 수면까지 올라오면 선수에 설치된 매달린 닻대(캣헤드)에서 케이블을 걸어 닻을 더 끌어올린다. 더 나아가 피시데빗(收錨柱)에서 닻 끝에 케이블을 걸어 닻을 옆으로 선체 측면 닻상에 고정한다.

GPS가 없는 16세기 항해에서는 천체 관측이나 추측 항법, 나침반, 모래시계 등 다양한 도구와 기술을 구사한 복잡한 작업이 요구됐다. 태양이나 별 고도를 측정하여 위도는 비교적 쉽게 산출할 수 있는 반면 경도를 특정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항해사는 나침반과 속도계를 사용해 배 속도와 방향을 측정하고 항해한 거리와 방향에서 현재 위치를 추측했다.

하지만 해류나 바람 영향으로 오차가 생기기 쉬워서 육지가 보이면 표식을 기준으로 항로를 수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16세기 항해는 현대와 비교해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부분이 컸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항해사는 이런 기술을 구사해 광대한 바다를 항해하고 아직 보지 못한 새로운 항로나 신대륙을 개척해 나갔다고 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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