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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지식 없어도 핵무기 설계 가능하다?

1963년 미국 존 F.케네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1970년대에는 전 세계에서 핵 보유국 15∼20가 존재하며 이들 국가는 핵전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미래 핵 확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부터 1963년 사이 미국, 프랑스, 소련 등 여러 국가가 핵실험을 하며 핵보유국이 점차 증가하던 게 배경에 있다. 이런 우려를 현실로 하듯 1967년 미국에서 핵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물리학자팀이 퍼블릭 도메인에서 입수 가능한 정보만으로 핵무기 설계에 성공해 기술적 지식과 자워이 있으면 누구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1964년 중국이 22킬로톤 규모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보고하며 전 세계에서 5번째,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핵실험 성공에 대해 보고를 받고 미국에선 핵무기와 핵보유국 확산이 우려되고 있었다.

핵확산을 우려한 미국은 같은 해 캘리포니아주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에서 1964년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높은 지능을 가진 물리학자가 핵무기를 설계, 제조하는 게 가능한지 검증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선 핵에 관한 물리학을 배운 경험이 거의 없는 물리학자 3명이 채용됐다. 이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공개된 퍼블릭 도메인 정보만을 이용해 신뢰할 수 있는 핵무기를 설계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도중에 1명이 빠지며 2명이 참여하게 됐는데 이들은 핵무기에 관한 지식은 한정적이었고 트리니티 실험이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등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다. 또 핵분열 반응에 관해서도 간이 전시 모형을 본 적이 있었을 뿐 핵분열에 관한 전문 교육은 받지 않았다.

더구나 기밀 정보 액세스에 제한을 받는 이 프로젝트에선 설계를 검증하기 위해선 연구소에 어떤 점을 테스트하고 싶은지 자세하게 기술한 설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제출된 설명서를 받고 전문가가 테스트를 실시하고 며칠에 걸쳐 결과를 이들 2명에게 알려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이들은 돌아온 검증 결과가 실제 테스트에 의한 것인지 가정 속 계산에 의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이 핵무기를 설계하는데 있어 문제가 된 것 중 하나는 핵무기 폭발 스타일 선택이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설계나 장치가 단순하지만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재료가 많은 건배럴형을 채용한 반면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구조는 복잡하지만 핵분열 반으엥 필요한 재료가 적은 인프로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이론상 핵분열 반응에 필요한 재료 조달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핵무기 설계에 인프로전 방식을 택했다.

이후 2년 반에 걸친 연구와 개발 결과 이들은 연구소에 핵무기 설계도와 관련 재료를 상세하게 기재한 서류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서류는 핵무기라는 고도 무기에 관한 서류임에도 일반 기계 공장에서 제조 가능한 수준으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서류 제출 뒤 양측은 정부 고위 관료로부터 철저하게 질문을 받았다. 보고 이후 로렌스리버모어연구소 측은 이번 검증은 대성공이라고 밝혔다. 만일 보고된 핵무기가 제조됐다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비슷한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보고한 것. 한편 참가한 물리학자는 지식이 없는 인물도 핵무기를 만드는 게 간단하다고 판명된 것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60년대에는 핵무기에 관한 아이디어나 자료 등 기밀 정보로 저장해 부정 액세스를 막을 수 있었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에는 자유롭게 필요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도서관이나 인터넷 등에서 얻은 전문 지식과 자원이 결합해 테러리스트를 포함한 개인이 핵무기를 쉽게 제조할 수 있게 됐다는 경고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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