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집행 기관이 특정 범위를 지나간 기기 데이터를 구글 등에게 요구하는 지오펜스 영장(Geofence Warrants)에 대해 미국 제5순회구 연방 항소법원이 헌법 수정 제4조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오펜스는 가상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영역을 의미하며 스마트폰 등 기기 위치 정보를 사용해 특정 지오펜스에 출입한 기기를 식별할 수 있다. 범죄 수사를 진행하는 법 집행 기관이 범죄 현장 주변 지오펜스에 출입한 기기 데이터를 요구하는 영장을 지오펜스 영장이라 부르며 주로 안드로이드 기기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글에 대해 발행된다.
하지만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대량 데이터를 수집하는 지오펜스 영장에 대해 헌법 수정 제4조에 위반되는 게 아닌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 수정 제4조는 어떤 영장도 선서나 서약에 근거해 상당한 이유가 제시되고 수색할 장소 및 억류할 사람 또는 압수할 물품이 개별적으로 명시되지 않는 한 발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오펜스 영장의 경우 영장이 발부될 당시 범인이 특정된 게 아니라 범죄 현장 주변 지오펜스를 통과한 기기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다. 그로 인해 범인 뿐 아니라 무고한 사람 데이터도 대량으로 수집되며 이는 헌법 수정 제4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합리한 수색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9일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 텍사스주를 관할하는 제5순회구 연방 항소법원은 2018년 2월 미시시피주 우체국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 재판에서 지오펜스 영장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는 몇 개월에 걸친 수사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지만 인근 카메라에 포착된 영상을 통해 범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법 집행 기관은 사건 현장이 된 우체국 주변 9만 8,000m2를 커버하는 지오펜스를 설정하고 범죄 발생 전후 1시간 동안 지오펜스를 통과한 기기 데이터를 지오펜스 영장을 통해 요구했다. 그 결과 강도범이 특정됐다고 한다.
법원은 판결에서 이 수색은 법 집행 당국이 누구를 찾고 있는지 또는 수색 결과가 나올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로 이런 영장의 본질적인 문제는 특정되어야 할 사용자가 포함되는 게 아니라 수색 후 범인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시간적·지리적 범위만 포함된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헌법상 불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법원은 지오펜스 영장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2018년 당시 지오펜스 기술이 새로운 것이었으며 해당 사건 수사에서 법 집행 기관이 성실하게 행동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 재판에서는 증거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비영리 단체인 전자 프론티어 재단(EFF)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법원이 지오펜스 영장에 의해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기본 침해를 인정하고 광범위한 수색을 금지하는 헌법을 지지한 건 기쁜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구글은 2023년 말 위치 기록을 사용자 기기에 저장하는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법 집행 기관의 지오펜스 영장이 사실상 기능하지 않게 됐다고 보도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