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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췄다가 반대 방향으로? 달의 역행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태양활동관측위성 SDO(Solar Dynamics Observatory)가 얼마 전 포착한 장면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달이 태양을 통과할 때 다시 멈추더니 방향을 바꾸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 하지만 사실은 천문학자들에게는 익숙한 착시였다고 한다.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관측한 장면은 달이 태양 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통과한 뒤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천문학적으로는 역행(retrograde motion)이라고 한다. 나사에 따르면 궤도에서 다른 지점에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다른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천체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고속도에서 차를 추월할 때 자신의 차보다 낮게 달리는 자동차에 점점 접근하면 달리는 방향은 틀림없이 같다. 하지만 차선을 바꿔 도약할 때 순간만큼은 상대 차량이 마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 있다.

이와 같은 일이 지구보다 느린 움직임을 보이는 외부 행성에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가 목성과 수성, 토성을 추월할 때 이런 외부 행성은 스스로의 궤도 위를 지구보다 천천히 움직이지만 하늘을 몇 개월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SDO는 달과의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이 현상이 보인 건 단 몇 분 정도였을 뿐이다.

초당 965m로 이동하는 달이 태양을 등지고 초당 3km 속도로 움직이던 SDO가 달의 그림자에 들어간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오래 전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만 해도 역행하는 현상은 수많은 천문학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지구 주위 궤도에 있는 것으로 오인해 행성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설이 나왔지만 우주의 중심을 태양이라고 본 지동설이 나오기 전까지 이 같은 수수께끼를 풀 수 없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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